이혜진 / 한국화학과 석사과정


우리 한국화학과의 실습실은 일반대학원 건물 지하 2층과 3층에 있다. 건물 뒷편으로 보면 지상이지만 정면으로는 지하다. 요즘 우리 학과는 매달 있는 전시회 준비로 분주하다. 4월, 5월, 6월 모두 전시가 잡혀 있다. 좋은 전시를 하기 위해 한 작품이 끝나면 숨 돌릴 새도 없이 다른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사람들은 우리 회화과가 지하에서 생활한다며 ‘두더지’라고 부른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마냥 웃기만 했는데, 생각해보면 얼추 맞는 말인 것 같다. 두더지는 태어나 1년이 되면 성체가 된다. 우리 또한 대학원에서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작가로서의 전반적인 면을 두루 갖출 수 있도록 공부 한다. 어두운 지하에서 짧은 시간 안에 성체가 되는 두더지와 준 작가급 이상이 되어 프로 사회에 나가게 되는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올해 우리 학과 두더지들은 좀 많은 편이다. 아니, 한국화, 서양화 통틀어서 회화과 전체적으로 인원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공간이 많이 협소하다. 늘어난 인원수에 비해 우리가 전시를 준비하는 작업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우린 보통 일주일에 100호(162×130) 한 점씩을 작업하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작품을 놓을 수 있는 자리가 사라졌다. 100호 정도 사이즈의 작업은 그렇게 큰 작업도 아닌데, 이마저 놓을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이 많이 아쉽다. 더구나 한국화는 서양화와 다르게 눕혀서 그림을 그리기에 면적이 넓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도 신기한 것이 작업을 할 때는 그러한 환경에 맞춰서 그림을 그리게 된다는 점이다. 그림을 그리려고 대학원까지 왔으니 어찌 안 그릴 수 있겠는가.

그렇게 완성된 작품들이 조만간 지하에서 잠시 나오게 된다. 지상인들에게 평가를 받기 위해서다. 5월 2일부터 9일까지 학교 아트센터에서 Do the Zist(두더지스트)라는 전시회가 열린다. 한국화, 조소, 서양화가 모여 기획한 전시인데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감상하고 평을 해주었으면 한다. 우리의 열정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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