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시대의 문화적 주체성

 

지난 7일 대학원 306호에서 ‘비판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의가 열렸다. 중앙대 인문대학원 문화연구학과 콜로키움 ‘문화연구 새창’의 2011년 콜로키움 테마인 <문화연구와 비판>의 첫 번째 강연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의 심광현 교수가 강연했다. 본 콜로키움은 ‘문화연구가 진지한 학문의 태도나 방법이 되기보다는 고급 교양인을 교육하기 위한 과정으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판’이라는 쟁점을 가지고 문화연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기 위해 기획됐다.

 


심광현 교수는 ‘인간이 자연적으로 획득한 잠재력을 교육을 통해서 육성하는 것이 문화’라는 레이먼드 윌리암스의 개념과 더불어 “문화연구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학제적인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현재는 ‘카오스’ 상태다. 이러한 변화의 시점에선 진화 혹은 후퇴만 있을 뿐, 적용 또는 동화가 불가능하다. <비판 철학의 새로운 위상: 카오스 시대의 새로운 주체성의 새 지도>라는 주제가 암시하듯, 강연자는 “카오스 시대에는 어떠한 문화적 주체성을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변화의 전제에는 환경의 주체로서의 인간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른바 비판을 통한 ‘환경과 주체의 변증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화로 나아갈 수 있을까. 역설적으로 현재의 카오스적 상황에서는 혁명의 가능성이 커진다. 역사적인 반복, 현재와 과거의 상황을 발판 삼아 오늘날을 반추해 보면 자기-교육, 상호교육을 통한 ‘주체와 환경의 재배치’가 철학의 중요한 역할이 된다. 심 교수는 새롭게 구성된 창조적 주체성의 모델을 스피노자와 칸트에서 찾는다. 심 교수가 말하는 ‘비판’은 칸트의 비판철학과 닿아있는데, 그 핵심은 “이성의 문제들을 분류하고 이성이 자기 자신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을 밝힌 다음, 스스로 충분히 만족하도록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관념과 실체의 이분법에서 시작해 구조적 결합을 통한 순환으로 나아감으로써 우리는 이분법을 넘어선 인식의 확장을 꾀할 수 있다. 인식이냐 대상이냐의 ‘환원주의’가 아니라, 대립하는 양 극단의 ‘가로지르기’를 통해 주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비판철학으로써 가능하다.

더불어 심 교수는 인지과학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테크놀로지 시스템을 능동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인간이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역능을 다중화 시키고, 이로써 문화적인 행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진화의 방법이다. 비판을 통해 새 지도를 그리고, 이러한 이론과 실천의 변증법을 행하는 것이 문화연구에서 비판이 가지는 중요한 지점이다.

콜로키움 <문화연구와 비판>은 총 3회의 강연으로 구성됐다. 두 번째 강연인 <제도화 된 문화연구, 비판의 행방은?>은 영어영문학과 강내희 교수의 강의로 5월 12일 아트센터 603호에서 열릴 예정이며, 6월 2일 대학원 306호에서 세 번째 강연 <문화연구를 비판하다>가 계원예술대학 서동진 교수의 강의로 이어질 계획이다.


                                                                   전민지 편집위원 | amber.je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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