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5.5 화 23:34
기획사회
노숙인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박상병 / 노숙인다시서기 지원센터 상담활동가
신의연 편집위원  |  destinyuy@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279호]
승인 2011.04.20  18:59:5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노숙인에 대한 시선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사회적 현상으로써 노숙인을 바라보는 일반적 시선과 공공의 사회복지 영역에서 노숙인을 바라보는 시선, 노숙인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것이다. 앞의 두 가지는 노숙문제에 대한 사회적 접근이며 마지막은 노숙 당사자에 의한 자각이라는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얼마 전 한 대학원생의 노숙 체험이 신문지상을 통해 이슈화 된 후, 노숙인다시서기 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강의를 듣는 학생들과 만남의 자리가 있었다. 노숙 문제에 대한 시각의 전환을 주요 논조로 하는 대학원생의 글에서 노숙 문제의 근원적 접근을 고민한 노력이 분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숙인 출신 인문학 학생들의 반응은 의외로 격렬했다. 기사 내용이 아무리 호의적이라 할지라도 ‘노숙인’이라는 표현으로 인해 사회에 부정적 편견만 확대될 뿐이지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노숙인을 바라보는 일반적 시각이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노숙인들의 시각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노숙을 하든 시설에서 생활하든 오전 6시, 늦어도 9시까지는 거리로 나와야 한다. 새벽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용직 일이라도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운이 좋은 편이다. 새벽에 일거리를 얻지 못하면 이미 가족이나 사회적 관계로부터 단절된, 경제력을 상실한 노숙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식사는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하거나 컵라면 등으로 때운다. 거리나 TV 시청이 가능한 공공장소 등을 배회하다 저녁 무렵 다시 잠자리를 찾아 어제의 잠자리나 시설 등으로 들어간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마찬가지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노숙인의 생활이다. 그들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반복되는 노숙, 불안정한 식사 등으로 인한 육체적 질병은 인간으로서의 자기존재에 대한 인식의 왜곡을 가져온다.

현장에서 노숙인을 상담하다 보면 “노숙인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계층이 바로 노숙인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 기준을 통해 자신과 주변 노숙인을 구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에서 극도의 자기부정적 현상을 볼 수 있다. 노숙인의 일상이라 간주되는 음주, 게임, 도박 등과 같은 중독의 문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금전적 여유가 없는 노숙인이 쪽잠을 자거나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은 PC방과 같은 저가 이용시설로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게임과 도박을 배우게 된다. 이러한 일상적 모습들에 대해 사회의 시선은 노숙인에 대한 근거 없는 부정으로 나타난다.
A씨의 경우 용접기술자였으나 허리를 다쳐 일을 할 수가 없었고 그로 인해 신용불량에 처한 사례였다. A씨는 주유소에서 시간제로 성실히 일했고 사무실에서도 이를 인정받아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그러나 출근 하루만에 신용관련 회사에서 직원들이 찾아와 그가 노숙인 출신이라는 것을 사무실에 밝혔다. 그는 현금을 다루는 직업의 특성상 노숙인을 고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해고 됐다.

이러한 비선택적 상황에 의한 노숙의 유형은 만성노숙인이나 정신질환 또는 지적장애 노숙인, 노숙인 2세 등 소위 위기 노숙인에게서 더욱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가족과 단절된 정신질환이나 지적장애 노숙인의 경우 폐쇄적 성향으로 인해 상담이나 기본적인 청결활동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B씨의 경우 부모가 돌아가신 후 누나에 의해 버려졌다. 정신과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옷을 입은 채 대소변을 봐 기본적인 상담이나 조치가 거부되는 상황이 지속되기도 했다. 특히 노숙인 2세들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사회의 일반적인 가치, 규범, 일상생활과는 별개의 환경에서 성장한다. C씨는 서울역 주변 집장촌 여성의 아들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성장한 사례로 복지기관을 통해 경미한 지적장애 아들과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하여 생활하게 됐다. 초기 담당자가 집을 방문했을 때 가스와 보일러가 설치된 집이었는데도 추운 방에서 아들과 이불을 둘러쓰고 여행용 가스기구를 이용해 라면을 끊여먹고 있었다고 한다. 가스나 보일러를 사용하는 집에 살아본 적이 없어 작동시키지 못한 사례였다. D씨의 경우는 거리에서 남자를 만나 임신을 하고 출산한 사례다. 의료봉사단체와 연계해 또래 유아를 키우는 일반인들과 함께 아이를 돌보게 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울어도 신경을 쓰지 않았으나 주변의 어머니들이 아이에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어머니의 역할을 깨닫고 실행하고 있다. 결국 노숙인의 부정적 모습 중에는 전혀 경험이 없어서 사회적으로 당연한 역할을 인지조차 못해 발생하는 측면과 성장하면서 습득하게 된 생존방식에 기대면서 발생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노숙의 문제는 보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노숙영역으로 전이되기까지 개별 노숙인이 경험하는 사회적, 가족사적, 개인성향적 요인 등은 다양하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노숙인 복지체계는 노숙인을 주거취약계층으로 일반화하고 주거 해결 및 취업 중심의 지원체계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숙인의 다양성이나 그 존재성을 인정하지 않고 현상적인 접근과 그 해결만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이는 사회구조적 모순의 극단적이고 집약적 현상에 대해 사회 구조적 편견을 고착화시키는 사례가 될 것이다.

변화는 노숙인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삶이 우리들의 삶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포용하고 배려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신의연 편집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06974 서울특별시 동작구 흑석로 84 중앙대학교 302관(대학원) 201호 대학원신문사  |  대표전화 : 02-881-7370   |  팩스 : 02-817-9347
인터넷총괄책임 : 편집장 | 게시판총괄책임 : 편집장 | 청소년보호책임자 : 편집장
Copyright 2011 대학원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cau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