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0.9 금 13:00
기획학술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이종찬 / 영어영문학과 박사수료
신의연 편집위원  |  destinyu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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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호]
승인 2011.03.31  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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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부키, 2010)
 

장하준은 반(反)자본주의자가 아니다. 물론 그가 보기에도 자본주의는 나쁜 경제 시스템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본주의야말로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 믿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또한 반자본주의 성명서가 아니다. 현 자본주의 체제의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의 환상에 대해서만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그는 ‘다른 종류의 자본주의’를 꿈꿔야 할 논리적 필연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장하준은 우리 스스로 “이제 불편해질 때가 왔다”고 말하며 책의 문을 닫고 있다. 이를테면 이제 세계 경제 시스템은 그간 부당하게 착취당해 온 개발도상국들을 ‘불공평하게’ 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자유 시장 자본주의에 대한 장하준의 진단이 이처럼 꼭 도덕론의 차원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현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경제 시스템은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다.

이따금씩 ‘어떤’ 대항 자본주의 담론들의 무미건조함에 따분하거나 피로해질 때가 있었다. 그들의 현세 분석은 진부했고 지극히 상식적으로 다가왔다. 일반 대중이 현 자본주의 체제의 비윤리성에 대해 (도구적) 이성의 차원에서 너무나 또렷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현명하게 다른 길을 택한다. 가령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며 기존의 탈산업화 지식경제 신화에 브레이크를 거는 대목은 신선하며 재기 넘친다. 언제부터인가 모두가 ‘공장’ 대신 ‘사무실’을, 고쳐 말해 산업화 대신 탈산업화의 구호를 외쳐대고 있지만 후자는 전자의 불가피한 전제 조건임을 장하준은 역설하고 있다.

장하준은 ‘다른 자본주의’의 당위명제를 제출한다. 다른 자본주의는 어떻게 가능한가. 무엇보다 자본주의는 혁신의 혁신을 향해 앞으로만 내달리는 고속 기관차이다. 이 점을 마르크스는 비슷한 맥락에서 “모든 견고한 것은 대기 속으로 사라진다”는 압축적 테제로 정식화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자본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다. 결코 우리 눈앞에 온전히 재현되지 않는 영구혁명 과정 중에 있으므로 자본의 정체를 규명하는 작업은 간단치가 않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과제는 작금의 현실을 좌우하는 실재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일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그것은 초국적 자본의 전방위적 인력(引力)이다.

뒤이어 이 윤리적 인식은 우리에게 그간의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대한 대응전략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필요성을 묵직하게 제기한다. 가령 오늘날 어느 누구도 ‘금지에 대한 저항’을 요구하지 않고 있음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 완고한 금지 앞에서 사람들은 기꺼이 저항의 지난한 길을 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차라리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덕목은 여하한 ‘유혹에 대한 거절’이다. 온갖 유려한 변신술로 자본은 우리를 유혹하고 있지 않은가. 외설적이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이 유혹은 현재 모종의 이데올로기적 담론에 기생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애오라지 기쁨과 긍정의 환상만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진영의 ‘스피노자를 사랑하라는 명령’(지젝)이 그것이다. 하지만 정말이지 이상한 일이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니 말이다. 눈에 띄지 않지만, 모르는 척 하고 있지만 우리는 필경 시름시름 앓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하여 이 실재적 파국 앞에서 우리는 기어이 물어야만 할 것이다. ‘진실’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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