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는홈리스

엄마가 죽고 계부에게 버림받은 이쿠오와 스구오 형제는 무작정 도쿄로 향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둘은 도쿄에서 만난 이토킹에게 사기를 당하지만, 고아로 놀림 받는 이토킹을 도와주게 된다. 그 인연으로 두 형제는 이토킹의 방에서 함께 살기 시작한다. 이토킹은 약물중독에 도둑질로 생활하는 아이지만 한편으로는 겁이 많아 화장실 문도 열어 놓고 볼일을 보는 아이다. 이들은 공원에서 만난 가출 소년 카즈키와 합세해 사업을 구상하는데, 그 사업은 다름 아닌 출장 호스트이다.

가출, 원조교제, 팔수생, 폭력, 트렌스젠더 등은 크레이지 군단 4권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각각의 에피소드이다. 고작 열 네 살짜리 청소년이 “내 인생은 끝났어”라며 방황하고 TV 앞에서 뒹굴고 농담 따먹기나 한다. 한 에피소드에서, 이들은 이토킹의 엄마를 찾아주고자 한다. 갖은 수소문 끝에 길거리에서 타코야끼를 파는 이토킹의 엄마를 발견하게 되지만 그녀는 도망을 간다. 이들은 이토킹을 위해 다시 그녀를 찾아다닌다. 그러나 한 공원의 숲 속에서 노숙인과 성관계를 갖는 이토킹의 엄마를 발견하게 되고 그들은 이 소식을 이토킹에게 알리지 않기로 한다. 극악의 컬트개그 속에서 씁쓸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 만화는 <Let’s Go!! 이나중 탁구부>의 후루야 미노루의 작품이다.

노숙청소년이라는 말은 영미권이나 유럽 국가들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매우 생소하다. 한국에서 비행·범죄의 측면으로 부각되는 가출청소년들은 실상 굶주림과 노숙으로 생활을 견뎌내고 있다. 이들 또한 현실로부터 소외받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실제로 청소년 가출 이유는 ‘부모폭행 등 가족적인 요인’이 62.6%에 달한다. 그 다음으로는 ‘불안감 등 심리요인’이 18.1%이다. 집에 가기 싫은 이유로는 ‘전과 같은 문제를 겪을까봐’가 51.3%이며 ‘갈 집이 없다’는 이유도 12.3%이다(국가청소년위원회,2006). 이는 청소년 노숙 또한 사회 구조적 문제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신의연 편집위원  destinyu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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