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5.5 화 23:34
기획사회
환경난민에 대한 기록오기출 /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유하은 편집위원  |  joysky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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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호]
승인 2011.03.31  21: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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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8월, 필자는 아시아 12개국에서 온 과학자들과 함께 기후변화의 현실을 논의한 적이 있다. 여기서 남아시아에서 온 과학자들은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와 미얀마가 이미 기후변화의 전시장이 되었음을 선언했다. 그 후 1년이 지난 2010년 7월 21일, 파키스탄의 파샤와르 지역에 초대형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시간당 300mm씩 내리기 시작한 폭우는 순식간에 파키스탄 국토의 20%에 해당하는 지역을 삼켰고, 빈민들이 밀집한 이 지역에서만 무려 2천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알 자지라 방송은 이를 ‘100년 만의 최악의 홍수’라고 보도했다. 현장을 찾아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러 재해 현장을 보았지만 이런 참상은 처음이다”라고 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2008년 5월에는 미얀마를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시스’로 10만 명이 죽고 5만 명이 실종, 1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 이야기는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촌에 일어난 현실이다.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지구촌은 훨씬 비극적인 현실에 고통 받고 있다. 특히, 참혹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집과 경작지를 잃고 떠돌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환경난민’이라고 부른다.

기록 1 - 수단 다르푸르의 참상

   
 

    1979년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이 사헬지역으로 100km 남하하면서 사헬지역의 사막화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인도양의 기후가 바뀐 것과 관련이 있었다. 기후변화가 인도양의 기후를 바꾸면서 사헬 지역으로 가야 할 열대몬순 패턴이 바뀌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이후 예상치 못한 극단적인 사건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에서 대규모 폭력사태, 혹은 ‘인종청소’로 비난받고 있는 수단의 ‘다르푸르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사막화 현상은 1983-84년에 수단 다르푸르에 대기근을 발생시켜 10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했으며, 수단은 매년 7월부터 9월까지가 우기로, 북 다르푸르에 있는 엘파셔 기상대의 관측 자료에 의하면 1980년대 이후 우기의 강우량은 그전과 비교해서 40%나 줄어들었다.

    그런데 정상적으로 비가 내리고 식량을 자급할 수 있었던 과거에는 북쪽의 아랍 유목민들이 다르푸르의 목초지에 자유롭게 들어왔고,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막화와 가뭄이 오래되자 다르푸르의 흑인 부족은 펜스를 치고 유목민들의 진입을 막았다. 여기서 다르푸르 분쟁의 싹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다르푸르의 인구는 20세기 초에 100만 명도 채 안 될 정도였으나 분쟁이 발생한 2003년 당시에는 600-700만 명으로 추정될 정도로 인구가  늘어났다. 다르푸르는 빈곤율이 최고 61-72%로, 수단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20만 명이 죽었으며 22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수단 정부군과 그 지원을 받는 아랍계 잔자위드 민병대였고, 피해자는 다르푸르의 아프리카 흑인 토착민이었다. 결국 220만 명의 토착민들은 고향과 집을 등지고 600km를 걸어 이웃 나라로 가야만 했다. 이들은 지금도 비참한 난민생활을 하고 있다. 

    수단 다르푸르 분쟁은 기후변화와 사막화로 인한 물 부족, 생태 악화, 초지 소멸, 토지 퇴화에서 발생했다, 현재 다르푸르는 급속한 사막화의 영향으로 물 부족, 식량부족, 농·목축업의 낮은 생산성, 열악한 통치와 분쟁 해결 메커니즘의 붕괴, 생태와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는 인구의 급증 등 극단적인 빈곤의 덫에 갇혀 있다.

    때문에 정부와 잔자위드 민병대, 국민회복전선 등 다르푸르 반군조직을 포함한 다르푸르 평화협정 당사자들은 장기적인 평화유지의 열쇠로 ‘빈곤 해결을 위한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저수시설, 수자원 시설 복구, 빗물을 모으는 간단한 방법의 대량 보급, 개량종 곡물 보급, 유목용 초지 확보, 조기가뭄 경보시스템 도입, 땔감과 식수 배급 등이 문제해결의 방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록 2 - 가축을 잃은 몽골 유목민들

    지난 2010년 2월부터 4월까지 석 달 간 몽골에서는 600만 마리의 가축이 굶어 죽었다. 원인은 폭설이었다. 2010년 2월부터 이상 기후로 인한 폭설이 계속되면서, 20-40cm의 눈이 몽골을 덮쳤다. 특히 눈보라를 포함한 영하 50도의 극단적인 한파가 몰려오자 가축들은 먹이를 찾아 먹지 못하고 굶어 죽고 말았다. 이로 인해 몽골에는 2만 명의 환경난민이 발생했다.

    몽골 주민들은 눈과 한파를 동반하면서 7년 혹은 8년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기상 악화를 ‘주드(Dzud, 재앙)’라고 부른다. 그전에는 주드가 발생해도 유목민들에게 조금 힘들지만 그저 잘 넘기면 되는 자연현상 정도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2002년 겨울과 2010년 겨울에 발생한 주드는 과거와 전혀 달랐다. 몽골에서 발생한 혹독한 기상악화는 기후변화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의 환경난민들은 더 이상 유목 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은 결국 도시로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가축을 잃은 유목민들에게 당장의 생존은 절체절명의 문제였다. 도시로 간 환경난민들에게 몽골 정부는 따로 거주할 곳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도시 주변에 불법 거주지를 구성해서 모여 살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수도나 전기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겨울에 음식과 연료를 구하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살아간다.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의 송깅하이르항 구는 다수의 환경난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그곳에서는 이제 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움직이는 청소차에 올라가 위험하게 고철과 파지를 줍는다. 어른들은 작은 야산처럼 생긴 쓰레기장에서 고철과 비닐, 파지를 줍는다. 이것이 환경난민들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거의 유일한 생존수단이다. 이런 사람들이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에만 20만 명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환경난민들

    ‘난민(難民)’이란 인종, 종교, 민족,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인 의견을 이유로 박해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환경난민’은 환경 악화로 생활의 기반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그런데 환경난민은 인종, 종교, 민족,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박해받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환경난민의 문제를 더욱 악순환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환경난민의 문제가 드러난 1980년대 이후 30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환경난민이 국제사회에서 난민으로 공식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기후변화를 일으킨 선진국들의 책임회피가 그 핵심으로 보인다. 문제는 환경난민들이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일으킨 책임이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환경난민에 대한 책임은 기후변화를 일으킨 선진국, 그리고 산업화된 국가들에게 있다.

    전쟁난민들은 전쟁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환경난민은 환경의 악화로 삶의 기반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돌아갈 집이 없다.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지금 지구에는 이런 환경난민이 2010년 들어 3천만 명 이상 발생했다고 한다.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촌의 28억 인구가 환경난민이 될 수 있는 위험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되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동안 인류 문명을 도약시킨 산업화·대량 생산·대량 소비가 이제는 거꾸로 인류 문명과 지구 생명의 붕괴를 촉진시키고 있다. 지구 생명이 위기에 처하고, 환경난민이 빈곤의 덫에 갇힌 상태에서 과연 나머지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인류는 답을 해야 한다. 지구생명의 위기와 빈곤의 악순환 속에서 인류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 기후변화의 시계를 멈추고 환경난민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단순하지만 여기에 구원의 답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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