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은 / 연극학과 석사수료


 

연극이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극장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흔히 사람들은 연극을 플롯, 배우, 관객, 조명, 의상 등이 총체적으로 어울려 무대 위의 배우들에 의해 공연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빙 고프만은 <일상생활에서의 자아표현>이라는 책을 통해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라는 통속적인 비유를 사회이론으로 만들어냈다. 즉, 사회는 하나의 무대이고 인간은 각자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가 되는 셈이다. 그가 살았던 1960-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대인들은 인상 관리와 자아 표현이라는 연극적 원리에 의거하여 사회적인 연기를 수행한다.

그의 연극적 분석에서 사람들은 사회적 가면을 쓰고 특정한 배역을 공연한다. 그의 이론에서 공연은 ‘특정한 관찰자 앞에서 자신을 나타내 보이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행위, 그렇게 됨으로써 관찰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모든 활동’이다. 공연자는 자신의 불리한 정보는 숨기고 유리한 정보만을 주는 방향으로 공연을 이끈다. 이때 공연자는 안전한 공연 상황을 위해 인상 관리의 기술과 책략을 사용, 훌륭한 인상을 보이고자 한다는 연극학적 가정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부부는 다른 사람들, 특히 다른 부부들 앞에서 평소 이상으로 다정한 모습을 보인다. 공연의 원활함을 위해서는 공연자뿐만 아니라 청중들 간의 협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공연자는 공연 중에 팀을 구성하기도 하고 상황정의를 견지하기 위해 구성원끼리 ‘연극적 협동’을 통하여 연극의 ‘총체적인 효과’를 이끌어 낸다.

고프만은 ‘자아’를 일컬어 ‘연기되어지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공연되는 배역, 인물 혹은 표현되는 자아가 사회적으로 그 사람 자신이라고 인지된다고 지적했다. 배역 뒤에서는 공연을 시행하는 인상관리자 혹은 조작자인 ‘사회적 자아 뒤의 자아’가 독립적 주체로 설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 자아란 ‘연극적 과정’을 통해 생성 과정에서 배합되고 배열되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고프만은 좋은 인상을 보이고자 하는 행위를 사회학적으로 읽어내고, 여기에 연극학적 가정을 적용함으로써 일상생활을 분석하였다. 개인의 자아는 원형으로 잠재되어 있지 않고 사회성과 연극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변화하고 생성되는데, 그곳은 무대 위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일상’이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