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순 /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지구는 약 46억 년 전에 태양계의 다른 별들처럼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행성으로 탄생했다. 약 38억 년 전에 생명체가 처음 나타났고, 그 후 지구는 점점 생명체가 살기 좋은 곳으로 변했다. 그래서 수많은 생명체가 지구에 나타났고, 이들은 오랜 기간 지구를 자신들이 살기에 좋은 곳으로 만들어 왔다. 지금부터 약 50만 년 전에는 현생 인류가 지구에 출현했다.

    46억 년에 해당하는 지구의 나이를 1년으로 축소하고 1월 1일 0시 정각을 지구 탄생 기점으로 하면, 2월 27일 경에 생명이 처음 출현하였고 12월 31일 23시 2분 경에 인류가 나타난 것이 된다. 서기 2천 년이라는 세월은 1년 중 14초에, 지난 20세기는 0.7초에 조금 못 미치는 시간이 된다.

    지난 20세기는 이처럼 길고 긴 지구 역사와 비교하면 찰나에 불과하지만, 뒤늦게 출현한 인류에 의해 지구에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세계 인구가 15억에서 60억으로 4배 증가했고, 경작면적이 5배, 에너지 사용이 16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배, 물 사용량이 9배, 어획량이 40배, 산업 생산량이 40배 증가하는 등 지구에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뒤에는 두 번에 걸친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의 발달이 있었다.

    제1차 산업혁명은 1765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석탄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면서 시작됐다. 수십 만 년 동안 유일한 동력이었던 가축과 사람의 힘에 기계 동력이 가세했고 주 에너지원이었던 나무를 석탄이 대체해 나가기 시작했다. 증기기관 시대라 불리는 이 시기 동안 인류는 석탄과 기계 동력에 힘입어 노동 생산성, 생활방식, 교통 등을 변화시켰다.

    그 후 약 100년 뒤, 독일에서 내연기관이 발명되면서 제2차 산업혁명과 석유시대가 시작됐다. 곧이어 미국에서 전기가 발견되어 인류는 역사상 유례없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이룩하게 됐다. 각종 석유화학 제품, 의약품, 자동차와 비행기 등 생활용품에서부터 의료, 교통에 이르기까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삶을 인류는 누릴 수 있었다.

    두 번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사용되기 시작한 석탄과 석유는 지난 20세기에 와서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했고, 그 결과 지구 대기에 배출되는 온실 가스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그림 1>. 이제 늘어난 온실 가스는 대류권을 떠돌며 온난화를 비롯한 기후 변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화석연료는 고갈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우리는 기후변화의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화석연료가 더 이상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아니며,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대다. 이 시대 인류에게 주어진 사명은 지금까지 사용해 온 화석연료를 버리고 저탄소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며,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막는 것이다. 그래서 기후변화 시대를 에너지 기후 시대 또는 저탄소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재앙 발생

    기후변화가 세계적인 환경이슈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88년경이다. 이때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결과는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체결,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그리고 지난 2009년 코펜하겐 기후총회 등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주요 내용은 지난 1백년간 지구평균온도가 약 0.74℃ 증가하였으며 이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증가 속도는 화석연료 사용 증가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 인한 세계 수문기상재해(대기에서 일어나는 물의 순환 과정과 지표에서 일어나는 물의 순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홍수·태풍·가뭄·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그림 2>는 지구 평균온도와 세계 자연재해 발생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온난화와 더불어 수문기상재해가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문기상재해의 증가는 전염병이나 지진에 비해서도 월등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IPCC는 지구 기후의 미래에 대해 매우 충격적인 예측 결과를 내놨다. IPCC는 금세기 말에는 지구평균온도가 최대 6.4℃까지 올라가고, 북극의 빙하가 완전히 녹아 해수면도 최대 59cm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지구의 주요 동식물 대부분이 멸종 위기에 처할 뿐만 아니라, 물 부족 심화, 해충 창궐, 전염병 확산, 폭염, 가뭄, 태풍, 홍수, 기아 등이 인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기후변화와 우리의 대책

    국내 전문기관들은 한반도의 기후변화가 지구평균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지난 1백 년간 우리 국토의 평균온도 증가율은 지구평균의 두 배가 넘는 1.5℃에 달하며, 강우량이 27%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그림 3>. 그리고 여름철 집중 호우와 열대야 일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태풍 또한 점점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래 예측결과를 보면 강우량은 향후 1백 년간 약 20% 증가할 것이나, 늘어나는 강우량이 8월과 9월에 쏠림 현상을 보여 가뭄과 홍수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기온상승으로 인해 금세기 말에는 소나무, 전나무, 밤나무 등이 고사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현존하는 모든 산림 생물이 멸종위기에 처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책은 크게 원인대책과 피해대책으로 나누어진다. 원인대책은 에너지 전환, 식목사업 등을 통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고, 피해대책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방지하는 것이다. 원인대책은 전지구적 협력이 요구되고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에 피해대책은 국지적이고 빠른 시일 내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 국토는 기후와 지형 조건 때문에 물 관리 여건이 매우 취약하다. 장마철에는 폭우로 인해 물난리를 겪고, 가뭄에는 물 한 방울이 아쉽다.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는 것은 건조한 대륙성 기류와 습한 해양성 기류가 이곳 한반도에서 교차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도래한 기후변화는 이처럼 취약한 우리의 물 관리 여건을 심각한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폭우와 가뭄은 더욱 강해지고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 피해는 연간 수조원에 달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물 관리의 대변화가 절실하다. 

                                                                                 ※ 필자의 의견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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