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소 /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건강염려증은 신체적 증상이나 감각을 과장되게 인식해, 자신이 심한 병에 걸렸다는 집착과 공포를 갖는 사람들의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건강염려증의 진단은 신체적 징후나 감각을 신체질환의 증거로 해석한 결과 심각한 질병을 가졌다는 공포감이나 그 믿음에 집착할 때, 그리고 그러한 믿음이 적절한 의학적 평가에 의해 잘못된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기준으로 한다. 국내 한 정신과 교수의 자료를 보면 현재 인구의 1-5%가 건강염려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병원을 찾는 전체 환자의 15%가 건강염려증으로 진단된다고 한다. 특히, 이 병은 발병연령과 성별의 차이가 크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보아 모든 연령의 남녀에게서 고루 나타날 수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국민질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건강염려증이 ‘국민질병’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지금 당장 포털사이트의 메인 화면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신문기사 하나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의학 상식과 건강 정보를 앞다투어 토해내는 매스미디어는 나의 몸이 ‘자기 관리의 소홀’로 인해 무시무시한 질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또한 ‘자가진단’을 통해 이미 오래전부터 몸에 질병이 잠복하고 있음을, 아니 곧 몸을 잠식해 버릴 것임을 경고하며 지금 당장 병원으로 달려갈 것을 종용한다. 건강관련서적과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융단 폭격처럼 쏟아지는 최신 의학 정보에 이제 우리는 모두 의학전문가가 된 듯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의심하며 불안에 떠는 건강염려증과,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고 운동을 할 때마다 몸을 혹사시켜야만 직성이 풀리는 운동중독증의 강박은 그야말로 닮은 꼴이다. 그리고 이것은 ‘헬스테크’와 ‘건강혁명’을 부르짖으며 체력과 활력을 자본으로 여기고 건강을 위한 투자에 열을 쏟는 모습과도, 또한 식료품뿐만 아니라 화장품, 의류에서까지 ‘오가닉’ 제품에 열광하는 우리의 모습과도 쉬이 겹쳐진다. 이러한 건강에 대한 숭배와 강박은 취업면접에서의 면접자처럼 상품으로서 끊임없이 자기를 관리하고 전시하는데 익숙한 우리의 모습과도 연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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