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 이슬람문명이 도래한 것은 약 7세기 무렵부터다. 파라오의 황금문명 위에 덧입혀진 이슬람문명은 이집트의 전반적인 생활방식을 바꿔놓았다. 이슬람 초기 무슬림 여성들은 이전에 비해 상당한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여성의 지위는 평균적으로 상승했으며, 결혼제도의 확립과 함께 재산권과 상속권도 인정됐다.

   그러나 19세기 말과 20세기에 걸쳐 진행된 유럽식민제국 지배는 중동지역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슬람 여성문제는 서구 제국주의자들에게 이른바 열등한 타자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주요한 담론으로 이용됐다. 이들은 일부다처제도, 히잡(베일), 여성할례를 인권침해의 표본으로 부각시켰으며, 히잡은 여성에게 억압적인 이슬람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여성 억압과 ‘후진성의 상징’이 돼버린 히잡은 그러나 이슬람 초기 코란에서 예언자의 부인이나 딸들에게 계시된 것으로 그들의 독특한 위치를 다른 사람들과 구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이 무슬림 여성의 이상형으로 부각되면서 이러한 의상이 문화적으로 확대됐고 무슬림 공동체의 정체성을 표시하게 된 것이다.

   1970년대에 일어난 이집트 이슬람 운동에서 의상은 상징적이며 의식적인 정치의 역할을 담당했다. 이슬람적 의상은 이후 서구식 의상을 대체하면서 민중운동의 일부가 됐다. 일시적 유행으로 간주되었던 여대생과 신여성들의 히잡착용은 강력하고 탄력있는 문화·정치 운동이 되었으며 이후 이슬람적 페미니즘의 진원지가 되었다. 서구 담론의 영향을 받은 초기 페미니즘이 히잡으로부터의 해방을 주창한 것과 반대로, 1970년대 중반 이후 여성들의 자발적 히잡착용은 실종된 정체성을 회복하고 소비적 물질주의 문화로부터 탈피하고자 했던 노력의 일환이었다.

유하은 편집위원 | joysky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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