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준 /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평범해 보이지만 통제당하는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 <트루먼 쇼> (1998), 사람들의 진짜 모습은 가려져 있고 가상의 기계들로 사회를 살아가는 <써로게이트>(2009). 두 영화의 공통점은 실재와 가상이 혼재하는 인간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디어와 인간은 더욱 공고한 가상의 진실들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실재인가, 가상인가. 어쩌면 우리는 언제나 실재와 가상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살아 왔는지도 모른다. 교육이나 미디어를 통해 받아들인 정보는 우리 스스로 느끼고 경험한 결과로 얻은 ‘진짜 경험’이 아닌 매개를 통해 ‘만들어진 경험’이다.

우리는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새로운 정보를 만들고 교환한다. 그렇다면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앞서 제시한 영화들은 어떠한가. 이들은 모두 미디어를 통해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가상이다. 이쯤 되면, 영화 <매트릭스>(1999)나 <컨스피러시>(1997)처럼 우리도 조작 또는 통제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그렇듯 현실에서도 저항세력은 반드시 등장한다. 가상의 사실들에 대해 다양한 이의들을 제기하며, 실재와 가상의 구분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움직임들이 나타난 것이다. 한 명의 의용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가려진 진실들이나 왜곡된 현실들을 끊임없이 부수고 새로운 진실들을 만들어낸다.

한편으로는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가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가 가상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가상들은 상대적으로 투명함을 지향하고, 현실과 공존을 추구하며, 기존 미디어들의 독점적 권력에 반대해 끊임없이 투쟁한다. 이 일련의 결과들은 앞서 말한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치열한 투쟁과 의지로 성공할 경우 향유할 수 있는 포상이다.

현실이 기존의 미디어가 제공했던 왜곡된 가치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재와 가상이 혼재된 시공간이라는 주장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의 결과는 어떠한가. 아쉽게도 이는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다. 끝나지 않는 이야기이자, 앞으로 지속적으로 다양한 플롯과 사건들로 채워질 이야기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과 입장을 취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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