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소 /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과거에는 ‘뚱뚱한 사람’하면, 식탐 많고 게으른 사람으로 생각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 비만은 유전 요인과 환경 요인이 결합된 ‘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비만은 요통·관절통은 물론, 혈압과 혈당을 올리며 혈관 노화를 촉진시키고 우울증을 유발하며 마취 후 합병증도 높아 그 자체만으로도 사망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질병이 되었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OECD 비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비만율은 4%이며, 성인 전체인구의 30%는 과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3명 가운데 1명이 비만 ‘환자’인 것이다. 이러한 비만의 치료법을 살펴보면 식사요법과 운동도 권장되지만, 최근 치료의 패러다임은 식욕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에 눈을 돌려 섭식행동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비만은 뇌와 신체 사이의 신호체계에 생긴 이상으로 인한 질병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똑 떨어지는 결론은 어딘지 모르게 수상쩍다. 그렇다면 왜 ‘비만 환자’들은 유독 빈곤층에 많을까. 상식적으로 빈곤층의 질병은 영양실조가 되어야 맞을텐데 어째서 고도비만환자들이 많은 것일까. 감독 자신이 하루 세끼를 패스트푸드만 먹으면서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관찰, 패스트푸드의 폐해를 고발하는 <슈퍼 사이즈 미>(감독 모건 스퍼록, 2004) 같은 다큐멘터리는 사회 전역에 급격하게 증가하는 비만에 대해 경고한다. 하지만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저렴한 가격의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밖에 사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빈곤층 환자들이 값비싼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며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일까. 2008년 기준 미국, 일본, 유럽연합 다섯 나라에서 판매된 비만 치료제의 수익은 5억1,310만 달러라고 한다. 그 정도면 세계의 기아를 해소하는 데에도 기여할 만한 상당한 비용이 아닐는지. 그러나 정작 제약자본은 늘어나는 비만 인구에 비해 치료제 시장의 성장이 정체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치료제의 위험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만 환자를 줄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과연 비만 치료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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