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5.5 화 23:34
기획사회
서민을 배제하는 수도권 의료 집중화김진국 / 신경과 전문의
박민정 편집위원  |  dentata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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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호]
승인 2010.11.14  14: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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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다시 부활한 이후, 지방선거까지 도입되면서 크고 작은 선거가 숱하게 되풀이되어 왔지만 어떤 선거에서도 환경·생태문제가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된 기억은 별로 없다. 2000년 이후, 의회에 진출한 진보정당들조차 환경·생태와 관련된 의제를 선거에서 주요공약으로 내세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환경파괴, 생태교란으로 유발되는 피해의 특성 탓이 아닐까 싶다. 개발이익은 당대에서 챙기지만 환경파괴로 말미암은 피해는 다음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다음 세대에게는 투표권이 없다. 천성산 도룡뇽에게 투표권이 없듯이 거침없이 파헤쳐지고 있는 4대강 주변에 서식하는 수많은 생명체들도 투표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진보·보수를 가릴 것 없이, 단 한 표가 절박한 선거전에서 투표권이 없는 대상까지 고려한 정책과 선거전략을 고민하려는 정치인은 드물 것이다. 지금 한반도 남쪽 전역이 콘크리트로 도배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지 모른다.

의료정책 역시 선거에서는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쟁점이다. 의료정책이 선거에서 부각된 것은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공공의료 30% 확충’이란 공약을 내세웠을 때와 민주노동당에서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무상의료’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가 전부다. 게다가 그런 공약은 당시 선거에서 당락을 결정할 정도의 주요 변수가 되지도 못했다. 그래서인지 참여정부 시절 그 공약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비교적 진보적인 색채를 띤 참여정부 역시 의료를 수익 창출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의료산업화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시민사회와 농민단체의 거센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국자본까지 국내의료시장에 마음껏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한미 FTA를 밀어붙였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영리법인 의료기관 개설 허용, 의료채권법과 같은 의료정책들이 그다지 낯설지 않은 것은 그것들이 예전부터 이미 그 기반을 착실히 다져 놓은 정책들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따른 의료양극화와 의료사각지대의 팽창은 앞으로 닥쳐올 우려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절박한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만 가득하다.

의료사각지대의 광역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의사 중에서 거의 절반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방 의대생들은 졸업 후 의사면허증을 거머쥐기만 하면 단숨에 서울로 내달린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의료인력은 물론 시설과 장비까지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의료정책 역시 수도권이 먼저 고려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선거 표심은 정책이나 인물과는 상관없이 영남과 호남으로 선명하게 갈라져 있다. 따라서 큰 선거의 승패는 늘 수도권의 표심을 누가 잡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수도권 중산층들의 ‘대박 욕망’이 이명박 정부를 들어서게 만든 힘이었다면, “빼앗긴 600만 표를 되찾아오겠다”는 제1야당 대표의 단호한 의지 역시 수도권 중산층을 겨냥한 발언이다. 진보정당들이 세력 확장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곳 또한 수도권이다.

반면 지방은 의료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소리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광역시인 울산의 경우, 현재 활동하는 의사는 전체 의사의 2%도 채 안 된다. 의료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는 대형 공단이 즐비한 울산광역시가 이 지경이라면 중소도시나 농어촌지역은 굳이 자료를 들춰볼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선심 쓰듯 내려주는 국고보조금에만 의지할 뿐 의료정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다. 권한이 없으니 책임질 일도 없고, 지방선거에서 쟁점이 될 일도 없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의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유일한 관심이라면 의료특구 지정을 통한 외국계병원의 유치 정도일 것이다. 그 허황된 계획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런 병원은 거대자본의 수익사업일 뿐, 서민들의 삶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시민활동가로 유명한 어느 변호사는 지역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절망적인 농촌이야말로 블루오션이며, 잠재적 희망은 바로 농촌에 있다”는 말을 하면서 젊은이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농촌으로 들어가서 희망을 일구라는 주문을 한 적이 있다. 정작 자신은 서울에 살고 있으면서 말이다. 귀농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한 젊은 여성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적개심까지 배어나는 듯했다. “기가 차서, 지가 와 함 살아보라카지. 애 낳을 병원도 하나 없는데…….”

신문과 대중매체에 얼굴을 내미는 지식인들은 진보와 보수를 가릴 것 없이, 하나같이 서울 사람이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정책에 찬성하는 사람도 서울사람이고, 반대하는 사람도 서울 사람 일색이다. 그 와중에 정치인들은 수도권 표심만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는 동안 여론의 무관심에 내팽개쳐져 있는 의료사각지대는 점점 더 광역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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