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자치위원회 집중 취재

지난 상반기 학술자치위원회(이하 학자위)는 학술자치위원회 위원장(이하 학자위위원장)이 선출되지 않아 공석인 채 현재까지 존속되어 왔다. 그러나 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원우는 거의 없다. 학자위가 무엇인지, 그동안 어떤 사업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다. 이영호 씨(한국화학과 석사과정)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술자치위원회라는 명칭은 처음 들어본다. 잘 모르겠지만 전공과 별도로 학술적 연구를 하는 곳이 아닐까”라고 대답해 원내 학자위의 존재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학자위 회칙 제1장에 따르면, 학자위는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의 독립기구로 학술연구조직의 연구활동을 지원하고, 학술역량을 강화하며, 학술조직들 간의 학술적 교류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대학원이 학문공동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일익을 담당함을 목적’으로 하는 기구다. 또한 학자위는 ‘학술제 개최를 통한 공동학술사업, 연구회의 연구(비)지원사업, 학술연구주제백서 발간에 대한 일상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연구회는 대학원생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며, 재학생 5인 이상으로 구성된 단체의 형태로 학자위에서 제시하는 가입서와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면 회원으로 가입되어 학자위로 활동할 수 있다.

공석으로 남은 학자위위원장

지난달 21일 열린 전체대표자회의(이하 전대회)에서 있었던 논의(본지 2면 참조)를 비롯해 현재 학자위와 관련해 크게 두 가지 측면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한편으로 학자위 구성과 지원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본래 학자위위원장을 중심으로 4명의 계열별 연구회 대표(인문·사회·교육·예술)와 20개의 연구회로 구성되었던 학자위는 상반기 학자위위원장의 선출이 무산되고 비대위체계마저 구축하지 못한 상태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면서, 현재는 학자위위원장과 계열별 연구회 대표가 빠진 17개의 연구회만 있을 뿐이다. 학자위위원장의 부재는 학자위 존폐의 위기로 옮겨갔다. 이에 은희녕 학술국장(역사학과 석사과정)은 “차기위원장 선출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명시하는 회칙이 없어, 학자위의 현 상태에 대해 책임을 물을 주체가 없다는 부분이 안타깝다”며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아무도 이상이 있음을 몰랐다는 사실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4명의 학자위 내 계열별 연구회 대표에게 주어졌던 50만원의 연구비마저 2008년 제30대 원총이 폐지하면서, 계열별 연구회 대표조차 자진해서 하려는 원우가 없는 것도 문제다. 연구회의 연구비지원을 위한 연구계획서와 연구결과물 감사는 학자위위원장과 4명의 계열별 연구회 대표, 외부초청 감사자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의 업무다. 그러나 2009년 하반기 사회계열 연구회 대표의 부재로 운영위원회가 성립되지 않아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올해 상반기 역시 학자위위원장의 부재로 감사가 시행되지 못했다. 이에 연구회들은 1년 동안 연구비지원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연구회 소속에 대한 정당성도 부여받지 못한 상태다.

다른 한편으로 학자위 연구공간으로 사용되는 학제간연구실이 지나치게 사유화되어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대학원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총 5개의 학제간연구실은 현재 17개의 연구회가 사용하고 있다. 원내의 턱없이 부족한 열람실 공간을 고려할 때, 연구회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어떠한 감사와 평가도 없는 상태에서 연구회 회원자격만으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원우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학자위 재건을 위한 움직임

전대회 이후 학자위는 공청회를 준비중이다. 지난 27일 학자위는 10명의 연구회 대표가 모인 가운데 회의를 통해 황인호 씨(경영학과 박사과정)를 공청회준비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지난 1일과 8일 원총회장과 학술국장이 참여한 두 번의 회의를 마친 공청회준비위원회는 오는 15일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 공청회에서는 학자위의 성격과 목적, 방향(본 취지)을 일반 원우들에게 설명하고 학자위의 현 상황과 문제점을 공유할 계획이다. 황인호 공청회준비위원장은 “위원장의 부재만으로도 학자위 운영이 불가했던 기존 회칙을 보완할 수 있는 방식으로 회칙 개정이 필요하고, 차기회장 선출과 관련하여 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인수인계하는 회칙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자위에 속해 있는 연구회원들과 협력을 통해 공청회를 열어 학자위 재건을 위한 재건위원장을 선출하고, 재건위원장을 중심으로 학자위위원장과 계열별 연구회 대표를 선출하여 학자위를 다시 활성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황지영 원총회장(유아교육학과 석사과정)은 “독립기구인 학자위가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원총은 공정성과 형평성을 가지고 중립적 위치에서 학자위 재건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자위의 연구활동 지원은 연구회가 실질적인 연구활동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연구활동의 기획부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지원한다는 점에서 원총 내 학술국의 연구활동 지원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또한 학자위의 활성화는 연구중심대학이란 본교 대학원의 성격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학자위 재건을 위해서는 독립기구로써 학자위가 제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체계를 보완해야할 뿐 아니라 학자위에 대한 원우들의 올바른 인식과 참여를 유도하는 지속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구공간에 대해서도 원내 구성원간에 보다 나은 합의점을 찾고, 연구비 지원도 명확한 기준으로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점이 오랜시간 쌓여온 만큼 단번에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하나하나 보완·수정하고, 학자위가 대학원 학술연구 활성화를 위한 활발한 소통의 기구가 되도록 원우들 또한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전웅 편집위원  jeon19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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