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하 / 심리학과 석사과정

글로 아는 심리학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그러나 몸으로 아는 심리학은 고되고 난해하다. 심리학은 마음에 대한 학문이다. 종종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 스스로도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한 사람들의 마음을 타자인 내가 알아가는 과정이 책으로만 이뤄질 수는 없다는 것을 대학원생이 된 지금, 나는 몸소 느끼고 있다.

대학원생이 된 지도 벌써 두 달이 됐다. 두 달 동안 나의 스케줄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대학원에 들어온 후 나의 생활은 그간 상상하고 그려왔던 ‘임상심리전공 대학원생’의 모습 그 이상이었다. 단지 열람실에 틀어박혀서 수십 권의 책을 옆에 쌓아두고 학자 A의 이론과 학자 B의 이론을 찾아가며 학구열에 불타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런데 막상 대학원에 진학해보니 공부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요, 거대한 옵션들이 더 많이 따라붙었다. 신입생인 나로서는 수업을 챙기고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건만, 매 수업 시간마다 보는 퀴즈는 학부 때와는 다른 강도의 공부를 요구했다. 또한 그 와중에도 각종 스터디, 세미나, 연구미팅, 다양한 학회 및 포럼들로 다이어리는 빼곡하게 채워져갔다. 하루를 더더욱 잘게 쪼개야 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임상심리학을 전공함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정신이상자를 만나본 적이 없던 나는 대학원에 진학해서야 병원으로 실습을 나가면서 그들을 실제로 접해볼 수 있었다. 또한 심리학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학회라는 것이 얼마나 큰 규모이고 많은 학자들이 모이는지에 대해서도 역시 대학원에 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오전 7시 반부터 저녁 9시까지 임상심리학회 스태프로 일하는 것은 매우 고단한 일이었지만, 학문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모습을 실제로 접해보자 학부 때는 몰랐던 ‘심리학’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대학원을 얼마나 가볍고 단순하게 생각했는가. 나는 지금 대학원생으로써 학부와는 전혀 다른 삶, 매일매일이 시험기간인 듯한 삶을 살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대학원생은 힘들다. 그러나 학부생일 때의 내가 ‘책상 위의 심리학’을 만났다면 대학원생인 지금은 ‘살아있는 심리학’을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있는 심리학도가 되기 위해 오늘도 나는 바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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