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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하반기에 출범한 제32대 당당한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단기간 내에 많은 사업들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겠지만, 그만큼 열의도 충만해 보인다. 눈썰미가 있는 원우라면 알겠지만, 원내에 잠시 쉴 수 있도록 의자를 배치하고, 원우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로 휴대폰 충전기를 옮겨 놓거나, 총학생회실을 보다 개방적으로 재배치하는 등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문턱 없는 학생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전 학기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당당한 원총의 섬김은 학업에 지친 원우들에게 작은 감동과 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확연히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지난 달 전체대표자회의에서는 원총의 열의와 섬김이 오히려 독이 되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원총은 당선과 동시에 회칙의 불합리한 내용들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회의하며 마지막까지 노력했다. 그들의 노고는 치하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계열대표들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의 의견조차 반영하지 못한 채 원안을 강행하다가 제동이 걸리고, 회칙개정과 관련한 규정(제72조 ①발의된 회칙개정안은 회장이 10일 이상 공고한 후 전체대표자회의에서 공고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한다)을 위반하면서 회칙을 개정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기도 했다.

결정적인 문제는 정족수와 관련한 ‘과반수(過半數)’의 재정의다. 회칙개정 및 학자위 재활성화 논의가 길어지면서 정족수 76명 중 그 절반인 38명이 남게 됐다. 이 때 원총은 (대표자들의 동의와 합의를 얻어) ‘반수’를 ‘과반수’로 재정의하고 예산 및 사업안을 의결했다. 여기서 헌정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사건이었던 이승만 정권의 사사오입 개헌을 떠올리는 것은 다소 지나칠 것이다. 사사오입은 이승만 정권의 종신집권을 위한 계략이었지만, 원총의 과반수 재정의는 자기이해와는 거리가 멀며 실제로 대학원 학생회 전체를 위한 일이기도 했다.

회장단은 열의를 가지고 원우들을 위해 봉사하며 섬겨야 한다. 하지만 많은 지도자들이 자칫 빠지기 쉬운 오류중 하나는 자신들의 모든 행동과 결정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오해한다는 것에 있다. ‘원우의 뜻=원총의 사업’과 ‘원총의 사업=원우의 뜻’은 수학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는 국민을 섬기겠다는 지도자의 열정 때문에 괴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제32대 원총이 짧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원우를 위한 원총의 사업’에서 ‘원총의 사업은 원우를 위한 것’으로의 도착적 전환을 늘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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