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1.4.7 수 01:33
기획과학
가장 작은 끈을 통해 가장 큰 우주를 논하다남순건 /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유하은 편집위원  |  joysky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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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호]
승인 2010.11.13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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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의 큰 흐름은 기본적으로 환원론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물의 이치를 알기 위해서는 그 구성성분의 성질을 잘 이해하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물리현상에 이러한 환원론적 방법이 유효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연구성과를 거둔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물리학은 이런 생각을 토대로 원자를 발견했고, 그 성질을 연구하게 되면서 화학을 비롯 나아가 생물학에도 대단히 새로운 인식을 가져왔다. 요즘 새롭게 언급되는 ‘나노 과학’이라는 것도 사실 알고 보면 원자·분자들의 고유성질 이해가 반드시 필요한 과학이다.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위의 전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원자핵은 또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양성자와 중성자는 또 다시 쿼크라는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자연을 구성하는 근본물질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더 작은 구성성분을 찾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다. 보다 작은 것을 찾기 위해서는 분해능이 보다 좋은 현미경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더 작은 것을 보기 위해서 점점 더 큰 현미경이 필요해졌다. 책상 위에 놓을 광학 현미경이 보지 못하는 더 작은 구조는 방만한 전자 현미경이 필요했고, 쿼크 등의 성질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수 km 규모의 입자가속기가 필요했다. 분해능이 더 좋기 위해서는 더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인데 이는 양자역학적 불확정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양파껍질 벗기기 식의 탐구는 어디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재미있게도 ‘더 이상 자세히 볼 수 없는 분해능의 근원적 한계가 있는 것 같다’는 것이 현재 물리학계의 가장 최신이론이다. 끈이론은 물리학에서 30년쯤 전에 등장했다. 사실상 이 이론은 아주 작은 입자들도 점처럼 크기가 없는 수학적 0차원의 물체가 아니고 끈과 같은 1차원적 물체라는 것을 주장한다. 결국 자연의 궁극적 물질은 끈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입자들은 끈이 어떻게 진동하느냐에 따라 다른 물리적 성질을 가진 입자들로 나타난다.

사실 이러한 혁신적 아이디어는 20세기 물리학에서의 가장 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가장 보수적인 아이디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고민은 미시세계를 성공적으로 설명하는 양자역학과 우주 등의 거시세계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중력이론인 일반상대성이론이 서로 모순이라는 것에서 비롯됐다. 자연의 중요한 기본 힘인 중력의 양자역학적 성질을 계산해보면 무한대 값이 나오게 되는데, 이는 결국 두 이론이 서로 모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블랙홀의 물리학과 우주 시초를 알리는 빅뱅에서 드러난다. 이들은 중력의 양자역학적 성질이 꼭 필요한 두 가지 물리현상이다.

블랙홀은 중력이 항상 당기는 힘밖에 없어 다른 모든 힘을 결국 이기게 될 경우 무한히 큰 중력이 나타나서 생기는 필연적 결과다. 자연에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의 은하계에는 태양질량의 수백만 배의 질량을 가진 블랙홀들이 있다. 한편 빅뱅은 ‘우주의 대폭발 사건’을 일컫는 것으로, 1930년대에 이르러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따르면 우주가 137억 년 전쯤에 아주 작은 (원자핵보다도 작은) 크기에서 시작해 현재까지도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주 탄생의 비밀에 대한 열쇠를 끈이론이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최근 물리학계의 연구동향이다. 양자역학현상과 중력현상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아주 작은 곳에 엄청난 밀도의 물질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빅뱅과 블랙홀-을 기존의 물리학은 전혀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런데 끈이론으로는 그 설명이 가능한 것이다.

우주는 어떻게 시작했는가

   
 

여기에서 또 다른 아이러니를 찾을 수 있다. 미시 세계의 물리학인 끈이론이 거대한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끈이론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태초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주는 무에서 창조될 수 있다(최근 호킹 교수가 끈이론에서 이미 오랫동안 생각해온 이러한 아이디어를 대중에게 발표함으로서 많은 놀라움을 사고 있는데, 이는 오래 전부터 거론되어온 사실이다). 둘째, 우주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 있고, 또한 이들 각각의 우주는 상호간에 충돌도 가능하다. 어쩌면 우주의 충돌은 빅뱅처럼 나타났을 수도 있다. 셋째,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여러 다른 우주에서의 물리법칙은 각기 다를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상당한 충격에 휩싸일지 모른다. 그리고 여러 의문을 제시할 것이다. 이를테면, 끈이론은 과연 물리학계에서 아무런 논란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이러한 물리에 대한 실험적 검증은 가능한 것인지, 이런 물리법칙은 다른 어떤 지적 존재가 창조한 것이 아닌지 등 수많은 질문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이론이라도 그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과학에서의 최종 심판관은 자연현상과 이에 대한 객관적 실험이다. 십 여년 전만 해도 끈이론의 실험적 검증이란 불가능해 보였다. 인간의 실험도구로는 이런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 빅뱅 당시와 같은 물리현상을 재현하기 어려워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어쩌면 끈이론의 흔적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겨났다. 빅뱅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가 하나의 예이다. 우주의 온도는 절대온도 2.7도 정도로 어디를 보더라도 같은 온도를 유지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주배경복사온도에서 10만분의 1 정도의 온도 차이를 잴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빅뱅 근처시간의 물리현상 흔적을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유럽에서는 거대양성자가속기(LHC:양성자 하나에 KTX의 운동에너지 정도를 실어서 두 양성자를 정면충돌시키는, 인류가 가지고 있는 최고 분해능의 입자가속기)를 통해 작은 블랙홀을 만들어 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를 통해 끈이론적 현상을 보려는 시도도 있다.

인간은 문명의 시초부터 우주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세계관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세계관은 과학혁명과 뒤따른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근시안적인 시각에서는 이렇듯 호기심에 기반을 둔 과학연구가 세상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이는 세계전체를 뒤집어 놓을 변화의 씨앗을 심는 작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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