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진 / 대중문화비평가

 

 

 

 

 

 

 

 

 

 

 

 <도망자 플랜.B>의 세계는 마구 뒤섞인 퍼즐의 세계다. 스릴러와 추격전, 그리고 두뇌게임이 뒤섞인 이 드라마는 국제사립탐정인 지우(비)를 중심으로 진이(이나영)와 카이(다니엘 헤니), 도수(이정진), 나까무라 황(성동일)의 쫓고 쫓기는 관계의 퍼즐을 맞춰나간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키워드는 금괴와 화폐. 한국전쟁 당시 사라진 금괴와 미발행 화폐를 둘러싸고, 누가 지우와 진이의 적이고 아군인지 모호한 채로 드라마는 성큼성큼 진행된다. 살인 누명을 쓴 지우의 진실을 밝히는 것도, 진이 할아버지와 가족의 원수를 찾는 것도 모두 조선은행권 화폐의 행방과 관련되어 있다.
 이 복잡함, 줄거리를 요약하기조차 어려운 구성이야말로 <도망자 플랜.B>가 보여주고자 하는 재미의 핵심이다. 이 쾌락은 시청자를 지적 유희에 빠지게 만들며 제작자(특히 감독과 작가)와 시청자의 대결구도를 형성한다.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는 그 집중의 강도에 따라 ‘잘난 척 하고 싶어지는 욕망’에 휩싸이게 된다. 퍼즐이란 그런 것이다. 드라마가 제시한 게임에 들어선 시청자가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어 사전 전말의 조각을 맞춰가는 것. 요컨대 그 정체가 철저하게 숨겨진 멜기덱이란 존재는 퍼즐의 핵심적인 조각으로 드라마 내부의 도망자들과 드라마 외부의 시청자들을 공범자로 만드는 키워드다.
 하지만 <도망자 플랜.B>는 이렇게 큰 그림을 제시하느라 디테일하고 사소한 부분을 상당수 놓치고 있다. 이를테면 극 초반 취조실에서 벌어지는 지우와 도수의 꼬리를 무는 대화는 시청자로 하여금 그들이 던지는 단서에 집중하게 만들었다기 보다는 끝없이 말꼬리를 부여잡고 시비를 거는 지루한 장면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또한 진이와 카이의 애틋하면서도 긴장 가득한 관계의 딜레마는 의심과 안심의 반복으로 간단히 치환된 듯 하다.
 퍼즐은 비슷한 조각이 많을수록 그것을 맞추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다. 드라마가 펼쳐놓는 퍼즐의 원본이 복잡할수록, 그리고 조각이 많을수록 그 재미는 배가 된다. 그러나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게 되고, 시청자는 게임에서 완전히 소외당한다. <도망자 플랜.B>는 퍼즐을 늘어놓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그 게임에 시청자를 참여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 결과로 남은 건 비의 ‘성룡 식 액션’과 이나영의 ‘8등신’에 집중하는 보도자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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