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 서양화학과 석사과정

 

 

 

 

 

 

 

 

 

 

 

 

 

 

 

 

 다른 계절보다는 오히려 가을이 방학에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낙엽 길을 천천히 걷고, 갈대 숲 사이에서 나지막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조금은 센티멘털하고, 들뜨기도 하는 계절의 감성을 가진 밴드 ‘가을방학’은 그렇게 편안하고 여유로운 노래로 다가온다.
 처음 가을방학을 접했을 때, ‘미소가 어울리는 그녀, 취미는 사랑이라 하네’라고 노래하는 보컬의 목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싶었는데, 그녀는 바로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계피였다.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브로콜리너마저를 돌연 탈퇴하고 한동안 소식을 알 수 없었던 그녀의 멋진 음성을 다시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을방학의 가치는 충분하다.
 보컬 자체로 비교하자면, 브로콜리너마저 1집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매력을 극대화하지는 못한 것 같다. 또한 곡의 멜로디나 구성이 워낙 익숙한 스타일이기도 해서 그들의 음악에서 이제는 신선함보다는 노련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실력파 두 멤버의 조합에서 나올 ‘전혀 새로운’ 결과물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인디음악의 가장 큰 장점인 솔직담백한 가사와 꾸며내지 않은 보컬의 조합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노영심, 장필순을 떠올리게 하는 계피의 음성에는 가을하늘처럼 순수하지만 물기 없는 건조함이 있다.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 (1번 트랙)’, ‘취미는 사랑(5번 트랙)’은 건조한 목소리에 촉촉한 반주가 곁들여져 서로를 중화시키고 있으며, ‘곳에 따라 비(3번 트랙)’, ‘호흡과다(12번 트랙)’와 같은 곡에서는 바삭바삭한 낙엽과 같은 메마름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 안에서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허를 찌르는 감성적 가사들을 배치함으로써, 긴장감 넘치는 실험성보다는 편안한 휴식같은 앨범을 만들어냈다.  
 물론, 계피의 음색이나 곡의 창의성에서 만큼은 ‘앵콜요청금지’를 잊을 정도의 강력한 새로움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새롭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이 어쩌면 너무 잘 어울리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독창성이나 의외성을 뛰어넘는 대중성이랄까. 한 마디로, 보장된 실력만큼 만족을 주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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