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섭 /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미술품은 특별한 성격을 갖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정해진 기능만이 중시되는 공산품과 달리, 스스로 자가증식하는 ‘감성적 생명’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는 사람과 소장한 사람에 따라 같은 작품이라도 전혀 다르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엔 미술품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따져보는 예가 눈에 띠게 많아졌다. ‘미술품’과 ‘재테크’, 이 둘의 동거는 과연 가능할까.

                               미술품 사면 누구나 부자가 된다?
 정말 그림을 사두면 돈이 될까. 그림은 누구나 감상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미술시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얼마든지 기본적인 지형이 꿈틀댈 만큼 연약하다. 결론부터 보자면 미술시장은 아직 ‘개인투자 중심의 초보적인 시장수준’이다. 그 이상의 큰 자본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 시점이다.
 가령 미술품을 통한 투자에 깊은 관심이 있고 자금까지 마련되어 있더라도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품 유통분야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통계자료나 근거’가 너무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이 어렵고 비밀스러운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처럼 ‘공유할 수 있는 객관적인 룰’이 아직까지 구비되지 못한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미술의 대중화’라는 말이 종종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유쾌한 말이지만, 이처럼 이율배반적인 말도 없다. 적어도 미술품을 통한 투자에 있어서는 미술의 대중화가 될 수 없을뿐더러 되어서도 안 되는 속성을 지닌다. 만약 누구나 그림을 살 수 있다면 희소가치는 떨어질 것이고, 그러다보면 자연히 그 미술품의 가격 역시 하락해 투자가치는 제로 혹은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고흐나 피카소의 작품을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다면, 그 가치가 지금만큼 높을까. 그래서 ‘미술품 감상’에 있어선 얼마든지 대중화가 이뤄져야 하지만 ‘미술품 소장과 재투자 가치’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세금 없는 유망 재테크 수단’을 기대할 수 있지만, 현명한 미술품 투자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꼭 뒤따라야 한다(참고로 내년부터 시행이 예고된 ‘미술품양도세’부과는 비록 ‘6천만원 이상의 국내의 작고작가 작품’이란 단서가 붙지만, 미술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술시장의 구성요소, 규모, 비즈니스
 미술품의 경제적 가치는 미술시장에서 형성된다. 시장은 그 속성상 ‘정확히 아는 것’이 관건이다. 미술시장은 제도적·경제적 조건과 함께 ‘창작자/생산자(작가)-중개자/공급자(화랑)-소장자/소비자(콜렉터)’ 등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형성되어 있다. 먼저 창작자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지를 살펴보자. 국내에서 왕성한 활동력이 인정되는 실질적인 작가군은 1만여명 이내에 그칠 것으로 짐작되며, 특히 ‘시장성 있는 작가’는 불과 1천여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블루칩’ 반열은 그 10분의 1인 100명을 넘지 못한다. 이 작가들을 대상으로 전국에 산재한 4백여 곳의 전시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 국내 순수 미술품이 판매되는 시장의 규모는 4천억원 안팎이다. 십여 년 전에 비하면 눈부신 성장이다. 이러한 성장은 상당수 경매와 아트페어 중심으로 유통구조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중에서 아트페어는 초보 콜렉터들이 꼭 눈여겨 볼 전시형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한 장소에서 최소 2-3천여점 이상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수요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작품의 장르, 기법, 소재, 성향, 가격 등 천차만별이다.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 아트페어의 첫인상은 ‘방대한 물량’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아트페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나름의 기호(취향)에 맞는 예습이 필요하다.
 또한 아트페어는 시대적인 트렌드가 반영되고 인지도가 높은 동시대 작가들이 대거 초대된다는 점에서 매력을 지닌다. 수많은 작가와 작품들 속에서 감상욕구와 투자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좋은 그림의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같은 그림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고, 작가의 인지도나 시장현황, 국제적인 동향 등 여러 요인의 작용으로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자신의 감성과 얼마나 교감되는 작품을 만나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아트페어와 함께 미술시장의 쌍두마차인 경매도 마찬가지다. 자칫 준비 없이 현장 분위기에 휩싸이면 필요 이상의 과다지출로 큰 무리수를 두게 된다. 적절한 예산계획과 필요성 등을 사전에 충분히 점검해야만 현명한 미술품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

                              일상과 가까워진 미술
 ‘디자이너 묘지’라는 말이 있다. 미래의 사람들은 죽은 후에도 여전히 자신이 살아왔던 스타일대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자신의 묘지에 그런 의지를 담은 디자인 개념을 적용할 것이란 얘기이다. 심지어 유명 디자이너나 건축가까지 대동시켜 묘비와 묘지를 만들 것이란 예견이 허무맹랑한 억측만은 아닐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미술의 요소가 그만큼 일상생활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보다 획기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을 그냥 넘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기업들이 앞다투어 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마케팅을 시도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예술가의 창의력과 기업의 사업전략의 만남, 바로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다. 성공사례로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와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만남을 들 수 있다. 둘의 만남은 단순한 상품 그 이상의 ‘루이비통 철학’을 구현해냈다. 이외에도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패션브랜드 프라다와 함께 한 ‘프라다폰’이나 ‘오예스와 함께 떠나는 세계미술관 여행’ 마케팅을 펼친 해태제과 등 미술과 경제의 성공적인 만남은 적지 않다. 이렇듯 대중에게 미술 혹은 미술품이 친숙해지면 질수록 그를 통한 재화가치 창출 방안 역시 다양해질 것이다. 이는 곧 미술계나 미술가에게도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로 작용할 것은 자명하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미술시장의 확대와 문화산업의 발전 또한 기대된다.
 공자는 <논어>에서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 했다. 분명한 것은 아무리 유행처럼 번지는 아트 재테크 바람이라도, 미술품을 진정으로 즐기는 것에 재미를 붙이지 못한다면 시작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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