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소 /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180cm 이하는 루저라고 생각해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대생의 이 발언이 분노하게 만든 이들은 대다수의 ‘루저’ 남성 뿐만이 아니었다. 저신장 장애인 단체에서는 “저신장 장애인을 우롱”했다며 즉각 규탄에 나섰다. 저신장 장애인들의 반응에 힘입어 그녀에게는 ‘차이’에 대한 감수성이 없다는 비판까지 더해졌다. 정상/비정상의 폭력적 잣대로 ‘환자’와 ‘장애인’을 재단한다는 것이다.

저신장증의 판단기준은 같은 성별 100명 중 키가 작은 순서로 3명 안에 들 때가 된다. 터너증후군처럼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병적 저신장증’으로, 모든 것이 정상이면서 키만 작은 경우는 ‘정상변이 저신장증’이라고 부른다. 저신장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정상변이 저신장증은 유전적으로 키가 작은 경우와 후천적으로 늦게 크는 경우인 체질성 성장지연이 있는데 질병 여부를 막론하고 저신장증에 주로 사용되는 치료법은 주로 ‘성장호르몬 치료’를 들 수 있다.

2003년 미 식품의약국(FDA)은 건강에는 이상이 없지만 남자 160㎝, 여자 150㎝ 미만으로 성장이 멈출 것이 예상되는 아이들에게 성장호르몬치료를 허용했다. 성장 호르몬 치료의 확대는 ‘키 크는 주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광풍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한국은 현재 터너증후군 등 성장호르몬의 생산과 작용에 ‘병적 질환’이 있는 경우 건강 보험이 적용되고 나머지는 적용되지 않는다). 2007-09년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성장 호르몬 처방을 받은 사람이 3년간 20%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사항은 소득분위별 “단신질환” 진료 현황에서 소득이 높은 최상위 10%가 최하위 10%보다 10.5배나 더 많다는 사실이다. 지역별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이 ‘환자’들은 강남구, 송파구에 집중되어 있다. 고소득층에는 유난히 단신질환이 많은 것일까. 

우리는 흔히 질병을 앓는 환자들에 대해 말할 때 정상/비정상으로 나누는 기준에 의해 정상인들이 비정상인을 차별하고 배제한다는 식의 논리를 펼친다. 하지만 간혹 어떤 이들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환자화’시켜 정당성을 획득하며 자신을 둘러싼 비판을 면제받으려 한다. 이를테면 “치료가 목적이었어요” 같은 것이다. 그런데 과연 치료면 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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