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의 공간부족 문제는 그간 수차례 거론되어 왔으나 사실상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많은 원우들은 그간 열람실과 강의실 부족 문제에 불편을 겪어왔다. 현재의 환경은 삼천여명이라는 대학원생의 수요를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1일 선출된 제32대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는 “대학원 공간부족문제를 효율적인 열람실 개편을 통해 해결하고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원총은 대학원 연구공간을 확보하고 연구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열람실 개편과 더불어 건물 옥상에 녹지 휴게공간과 카페테리아를 조성하고 여학생 전용 휴게실을 마련하며, 1층 로비의 휴게공간을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원총에 따르면 하루 종일 상주하기에는 열악한 열람실의 환경을 고려하여 열람실을 지상층으로, 세미나실과 일부 강의실은 지하로 재배치할 예정이다. 배정호 정책국장(유아교육학과 박사과정)은 “이에 따른 구체적 예산과 기안은 대학원 행정실과의 협의와 원우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단계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며,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현재 원우들이 불편을 겪는 지점이 ‘위치’의 문제가 아니라 ‘자리’의 문제임을 감안할 때, 이 정책의 실효성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난 2008년에는 대학원의 공간 재배치가 이뤄진 바 있다. 당시 대학원 공간 재배치를 추진했던 제30대 원총은 지상 2층을 행정전용공간으로, 지상 1층과 지하 1층은 연구전용공간으로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공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재배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홍준현 대학원장보(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달 13일, 대학원 교육 선진화방안 발표를 통해서 “하남과 검단의 캠퍼스 재배치가 이뤄지게 되면 그때 가서 대학원의 공간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캠퍼스 재배치가 보류되면서 사실상 직접적으로 불편을 겪어야 하는 원우들은 공간문제에 관해 일말의 희망도 가질 수 없게 됐다.

학제간연구실의 실효성과 학과 자율공간 부재

한편 원총은 선거공약으로 학과 자율공간 배치를 발표하고, 이를 지하 공간 재배치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대학원 내에서 각 학과 자율공간은 전무한 상태다. 학문공동체의 역할이 강조되는 대학원과정에서 공동으로 연구하고 토론할 전용공간이 없다는 것은 분명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일반대학원의 80여개 학과가 한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는 만큼 각 학과에 연구공간을 하나씩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 학제간연구실은 그간 학술조직자치위원장(이하 학자위위원장)의 운영아래 각각의 학술팀에게 배정되었으나 지난 상반기 학자위위원장이 공석으로 남으면서 실질적인 학술팀의 인원파악이 불가능해지고 사실상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늘어나게 됐다. 더욱이 ‘학제간연구실’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게 사용되거나 사석화되는 경우도 종종 생겨나고 있다. 이에 원총에서는 학자위위원장을 선출하고 그 실효성과 원내여론을 조사한 후 학제간연구실을 학과 자율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여론조사와 공청회를 통해 공간부족문제가 전면적으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열람실과 전산실의 고질적인 좌석부족

현재 대학원생에게 배정된 열람실의 좌석은 176석과 도서관의 250석을 포함한 426석으로 삼천여명의 대학원생을 충당하기에는 그 공급이 미미한 상태다. 현재 열람실은 자율좌석제와 지정좌석제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자리만 잡아놓고 이용하지 않는 원우들이 있어 출석확인을 통한 좌석양도방식이 고안됐다. 열람실 지정좌석제의 경우 연구보다는 책을 쌓아놓는 사물함의 용도로 이용하는 일이 생겨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정좌석제의 비중을 줄이고 자율좌석제의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적은 수의 열람실을 특수대학원생과 교육대학원생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과 대학원생의 도서관열람실 이용률이 저조한 것도 열악한 열람실 환경을 배가시키는 이유다.

한편 전산실 자리부족도 원우들의 불편을 더하는 요소다. 컴퓨터 수량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밤 11시 이후에는 전산실 사용이 금지되므로 밤늦게까지 연구에 집중하거나 논문을 작성하는 원우들은 심각한 불편을 겪고 있다. 신은정 씨(문예창작학과 석사수료)는 “논문을 쓰기 위해 학교에 나와도 이미 자리가 차서 열람실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밤이면 전산실이 문을 닫아 결국 거처할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원총은 “로비의 빈 공간에 간단한 전산업무로 활용할 수 있는 컴퓨터설치를 고려중”이라고 답했으나 이는 연구환경 개선과는 무관한 듯 보인다.

강의실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강의는 대학원 건물이 아닌 다른 건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학부가 소속된 단과대학에서 수업을 듣는 경우는 양호한 편이지만, 교수연구실에서 강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어 강의환경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강의실 부족으로 수업시간대가 변경되기도 하고, 수업을 듣는 인원수를 고려하지 않은 배정으로 인해 소규모 세미나 수업이 대강의실로 배정되거나 반대로 대규모 수업이 소규모 세미나실로 배정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 있다. 행정실에서는 “학기 초마다 강의실 배정에 난항을 겪는다”며, 부족한 강의실 해결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연구중심문화, 연구환경이 먼저 개선되야

대학원의 연구공간 부족은 대학원 연구의 질적 향상과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무거운 책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대학원 건물을 유령처럼 떠도는 원우들은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원우들의 복지를 고려한 휴게공간 조성은 물론이거니와, 본격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 위해서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미봉책이 아닌 실질적 공간 확충을 통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유하은 편집위원  joysky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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