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진 / 대중문화비평가

 

 

 

 

 

 

 

 

 

 

 

 <대물>에 쏟아진 관심의 범주는 실로 다양하다. 한국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등장하는 드라마라거나, 중국 영해에서 좌초된 한국 잠수함 승무원들을 구하기 위해 중국 주석에게 고개를 숙이는 대인배다운 면모라거나, 혹은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고현정의 미모라든가, 드라마 밖에서 벌어진 권상우의 일이라든가 등등. 어쨌든 이 드라마가 간만에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건, 드라마에 등장하는 ‘정치’가 현실의 정치와 어떻게든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야말로 <대물>을 특별하면서도 한계에 봉착한 드라마로 만든다.
 주인공 서혜림은 결단력 강한 여자 대통령이다. 초기 방영분은 서혜림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캐릭터의 개연성을 설명하는데 주력하면서 서혜림의 정의를 드러내 보인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 캐릭터에 보내는 지지가 ‘여자 대통령’이 아닌 ‘상식적인 대통령’임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작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성별은 그녀의 정치와 직접적으로 아무런 관련도 맺지 않는다. 그런데 이 ‘상식’과 ‘정의’는 <대물>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다. 요컨대 인터넷 뉴스 밑에 달린 ‘베플’과도 같은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이다. <대물>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열의가 현실정치에 대한 냉소와 절망에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베플’에는 배배꼬인 유머가 있고 <대물>에는 활극이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대물>은 확실히 80년대 성인극화의 영향 아래에 있다. 캐릭터는 사회 정의 구현같은 비현실적으로 단순한 욕망의 현현이고 정치적 선택과 결정의 복잡한 맥락은 지독히도 단순화된다. 그 안에서 캐릭터는 선악구도로 고정화되고, 정치는 마침내 활극으로 둔갑한다. 그런데 이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너무 쉽게 현실정치의 역학관계를 선악구도(나의 정치적 입장=정의, 너의 정치적 입장=악)로 치환한다. 현실이 드라마를 따라한 건지,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한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세상 모든 일들이 단순하게 생략되는 이유는 제대로 보기 귀찮아서란 사실이다. 물론, 이 얘기는 우리 사회에 ‘정치적 입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하다. 한국사회에서 계급문제는 단지 부동산과 대출금에 종속될 뿐이니까. 현실에서나 드라마에서나 한국 정치는 ‘판타지’로 소환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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