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코너는 거침없는 비판을 위해 익명 투고도 받습니다.

   대학원 로비에 서서 지나가는 원우들을 붙잡고 물어보자. “대학원에 다니면서 가장 불편한 점은 무엇입니까?” 십중팔구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공간이 너무 부족해요.” 학과마다 여러 연구실을 구비하고 있는 이공계열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 사정이겠지만,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별도의 연구실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학과가 많다. 때문에 각종 프로젝트와 연구로 학교 내에 상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생들에게는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절대적인 공간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어디 그뿐인가. 강의실과 세미나실을 빌리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수업과 연구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 이렇게나 부족하지만, 대학원의 연구경쟁력 강화 방안이나 본교의 구조조정안 그 어디에도 대학원의 공간 증설을 위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사실 현재 ‘302동’이라는 팻말이 붙여진 대학원 건물은 90년대 초 학생자치와 연구공간 마련을 위한 지난한 투쟁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지하 3층과 지상 5층이라는 다소 작은 공간으로밖에 건축되지 못한 대학원 건물에 대해, 2004년에는 교수연구동과 체육관 공사를 계기로 공간 재배치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나 결국 무산되었고, 원우들은 여전히 공간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기숙사가 다시 지어지고 약학대학이 R&D센터로 탈바꿈하고, 교수연구동이 증축되고 있지만, 대학원 공간에 대한 청사진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강의실 마저 부족한 대학원의 실정은 무시된채, 이전의 여학생 기숙사가 고시반으로 활용된다는 소식에 대학원생들은 그저 쓰린 배를 움켜쥐고 흩어져야 할 뿐이다.

   본교는 지난해부터 학교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비민주적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그 주된 희생양은 두말할 것 없이 인문사회계열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발표된 ‘2010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본교는 “인문사회 중심대학 3위”의 성과를 거두었다. 처음 구조조정 컨설팅을 받을 때 참조한 것이 중앙일보 대학평가였다는 사실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분명 그 결과에는 수많은 대학원생들의 피와 땀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학원생들은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공부할 자리도, 머리를 맞대고 앉아 공동연구를 진행할 자리도 없이 학내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본교는 연구성과를 닦달하기 이전에 연구를 위한 최소한의 물질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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