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준 /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인터넷이 보급되던 1990년대 말 경, 사람들은 참여와 공유, 개방이라는 아름다운(?) 속성을 바탕으로 한 인터넷의 소통 가능성을 극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십 수 년이 지난 현재, 인터넷이 과연 소통을 위한 도구인가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기반의 소통은 이미 제사회적 가치들이 투영되어 진정으로 ‘자유로운’ 표현들을 스스로 제약하는 현상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미디어의 이야기를 듣는 제한적 소통에 익숙해져 버렸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가치를 ‘긍정’이라는 집단적 환몽에 던져버린 듯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동일하지는 않다. 1994년 멕시코의 사파티스타(Zapatista) 민족해방군은 정부의 웹사이트를 해킹하여 이를 자신들의 홍보수단으로 활용했던 사례로 유명하다. 또한 국내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 청소년들의 No Cut운동, 2002년 효순이·미선이 추모촛불문화제, 2003년 노사모 및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와 2008년 촛불문화제 등 굵직한 사회운동들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은 참여와 공유의 공간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또한 각 사건의 행위자들은 독특한 패러디물이나 표현방식을 통해서 사회나 정부를 현실 비판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표현양식은 사회참여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인터넷 공간은 시공간을 비롯한 여러 제약이 따르는 유형 예술품에 비해 자유로운 무형의 예술작품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지는 현상들에 대한 많은 논쟁들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하나의 대립항으로 설명될 수 없다. 마치 축제처럼 모든 사람이 동일한 자세를 취할 필요나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바로 인터넷이다. 인간이나 사회가 구성되는 것처럼 여러 힘들에 의해 인터넷도 구성되고 있다. 그 구성의 내용에는 새롭게 깨어나는 잠재된 욕망이나 해묵은 가치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어떤 가치가 인터넷의 본질인가라는 질문은 어리석다. 이에 대한 답을 찾는데 집착하기보다는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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