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소 /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월경 전 증후군(PMS)은 월경 시작 2-6일 전에 나타났다가 월경 시작과 동시에 사라지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가리킨다. 증상은 백여 가지로 다양한데 두통, 구토, 발열 등과 함께 우울증, 무기력증, 불안감, 극심한 감정 변화 등 정신적인 증상도 포함한다. 이러한 증상이 심할 경우 흔히 이것을 월경 전 불쾌장애(PMDD)라고 부른다.

한 여성이 대형마트 입구에서 엉켜 있는 쇼핑카트를 풀려고 애를 쓴다. 뜻대로 되지 않자 그녀는 절망감을 느끼고 급기야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녀가 앓고 있는 정신질환은 PMDD. 이 광고의 마케팅 전략은 단순하다. 월경 전에 생기는 감정 기복이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증세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에서 이 광고가 방송되기 몇 달 전에야 PMDD가 FDA(미국식품의약국)로부터 약물치료가 필요한 정식질환의 하나로 승인되었다는 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검은 커넥션’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요컨대 PMDD는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질병분류에도 독립된 질병으로 실려 있지 않을 뿐더러 유럽에는 ‘없는’ 병이다. 즉 제약자본의 마케팅 전략은 약을 파는 것 뿐만 아니라 (당연하게도!) 질병도 함께 파는 것임을 알 수 있다.  

PMS는 으레 “일상생활의 독”으로 일컬어지며 도벽, 자살 등의 극단적인 행동까지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질병으로 치부된다. 이러한 PMS에 대한 현대 담론의 뿌리는 19세기 히스테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두 담론 모두 여성의 재생산 주기와 신체 기관에 의해 지배되는 비합리성, 통제, 결여, 광기 등을 언급한다. 이는 여성들의 행동을 그들 몸의 기능으로 환원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PMS에 대한 논쟁은 ‘여성들이 공적 영역에 완전히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재론되어 왔다. 몇 년 전 유명 남자 목사가 설교 도중 여성의 목사직 안수를 반대하며 “기저귀 찬 여자가 어떻게 목사가 될 수 있느냐”란 말로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그 목사의 발언과 PMS, PMDD를 치료하기 위해 호르몬 약을 홍보(!)하는 의학담론은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