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코너는 거침없는 비판을 위해 익명 투고도 받습니다.

    명예훼손 소송이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서구의 경우 명예훼손에 대해 우리나라처럼 형사처벌을 하기보다는 사적인 관계에서 조정하도록 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명예’가 권력의 이름으로 남용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 아닐까.
 

    최근 본교에서는 구조조정과 관련된 마찰이 끊이지 않았고, 학생과 대학본부 간에 많은 법적분쟁이 벌어졌다. 몇몇 학생들은 구조조정 방식에 반대하여 타워크레인 고공시위 등을 벌이다 ‘대학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퇴학 등 중징계를 받았고, 이들은 법원에 퇴학처분무효소송을, 학교 측은 학생들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하면서 대학출입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또한 학교측은 복교를 위해 삼보일배를 벌인 학생들을 다시금 집시법위반으로 고발했다.
 

    이쯤이면 명예를 지키기 위한 대학당국의 눈물겨운 투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장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등장한 중앙대학교의 모습은 전혀 명예롭지 않다.
 

    본교는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학칙을 무리하게 적용하여 중징계를 내리고, 소송구조를 자처한 동문변호사에게 수임철회를 부탁하고, 퇴학생을 감시하여 그 동향을 보고했다. 이러한 사실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급기야는 자본에 순수성이 유린된 ‘매매춘대학’이라는 비난까지 들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그간의 행보가 과연, 대학의 명예를 이유로 학생을 퇴학시킬 정도로 명예를 중시하는 주체의 행동인가를 반문하고 싶다. 오히려 이성적인 법 상식에 비추어 봐도 학교책임자들이 학교의 명예훼손을 자초한 것이라는 평가가 타당해 보인다.
 

    학부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안국신 부총장이 전체 교수에게 발송한 메일에는 ‘퇴학당한 학생들은 중앙대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며, 운동권의 경력을 쌓고 있을 뿐, 학생이 아니기에 이들에게 ‘나가놀아라’라는 교육적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법적으로 학적을 다투고 있는 퇴학생은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학생의 잠재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기에 위와 같은 부총장의 사실인식은 우려스러울 뿐 아니라, 퇴학조치에 교육을 운운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요컨대 대학의 명예는 소송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 ‘매매춘대학’이라는 혐의를 씌운 것이라면, 기망 혹은 억압에 의해 유린된 대학의 정신과 자유 그리고 박탈당한 자기결정권은 없었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이 명예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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