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찬희 / 신문방송학과 박사수료

정보통신기술의 극적인 발전은 세계를 하나로 연결시켰고 지구촌, 세계화 등은 기술변화와 그에 따른 문화를 가리키는 표현이 되었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즉시성과 현시성의 시대에서 기록된 과거는 쉽게 잊혀진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광대한 정보가 매개되고 소비되면서, 기록되기도 전에 사라진 읽혀지지 않은 과거도 있다. 현시대를 읽고 해석하는 이론적 틀은 유행에 민감하다.

이 지점에서 저자인 사이토 다카시는 역사적 관점을 취하며 세계‘史’를 읽어나간다. 저자는 세계를 가로질러 역사를 쓰게 한 다섯 가지 힘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중 핵심적인 키워드는 인간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모더니즘, 세 번째는 제국주의를 제시한다. 네 번째가 흥미로운데 이는 몬스터로 표현되는 자본주의, 사회주의, 그리고 파시즘으로 이어지는 20세기 흐름을, 마지막 다섯 번째 힘으로 종교를 제시한다. 이 책에서 다섯 가지 힘은 각각의 영역에서 사회를 변화시켜 역사를 움직이는 동인이 되고 있다.

책은 역사서이기 때문에 저자가 아우르는 영역은 방대하다. 그렇다고 쉽게 읽히지 않는 어렵고 고답적인 역사책은 아니다.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편집되어 있고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다. 반면 다소 가볍게 서술된 부분이 없지 않아, 사건들과 그 맥락들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이해를 하고자 하는 독자는 다른 전문서적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가 자연적인 발생이라고 생각하는 사건 혹은 현상들이 문화적이고 인위적인 발생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지배자의 권력욕에서 제국들의 흥망성쇠가 발생하고 그 역사가 쓰여진다. 그러나 제국의 역사에서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할까. 그들은 부역을 해야 하고 국민이라는 이름 하에 전쟁에 동원된다. 근대화는 인간을 신의 예속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고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근대의 역사 속에서 과연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풍요로웠는가. 신의 예속은 인간에 의한 인간의 예속으로 탈바꿈했고 인간의 물질적 풍요는 특정한 곳에 집중된다. 더불어 환경은 점차 파괴되어 간다.

이와 같이 저자는 우리가 읽지 않고 있는 지점에서  전개된 역사와 그 평행선 속의 사건들을 열거하면서 역사가 승자에 의해 쓰여지고 전개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전문적으로 세계사를 전공하는 사람이 보기엔 가볍고(혹은 굉장히 의미심장하고) 상식적인 사건들이지만, 비전공자들에게는 풍부한 상식으로 다가온다. 1센티의 깊이로 1제곱미터를 파헤치기. 전문가들은 1제곱센티미터를 1미터의 깊이로 파헤치지만 비전공자 혹은 일반인들에게는 저자의 접근법이 유용하다.

인터넷에서는 방대한 양의 정보가 범람한다. 방대한 역사적 상식은 인터넷의 그것과 흡사하다. 우리는 여기서 자유롭게 취사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힘을 다한 것 같은 자본주의 역사가 계속 써지는 이유, 프롤레타리아 해방의 기획이었던 사회주의가 1세기를 채 유지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배경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이 책이 원인과 결과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역사에 접근하는 시각을 하나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건들의 선택과 해석은 독자들의 몫이다. 혹자들은 ‘한국에서 역사학은 죽었다’라고 말한다. 비단 역사학뿐일까. 학교에서 제공받았던 역사교육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적 사건들을 다시금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은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을 우리에게 던지면서 역사 읽기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이유에서 역사 전공자, 비전공자는 물론이고 상식을 넓히려는 일반인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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