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 서양화학과 석사과정

 뎁(김민경, 31)을 이야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다. ‘홍대 여신’, ‘동안 가수’, ‘객원보컬’ 등. 일명 ‘홍대 여신’ 뎁은 사실 무시할 수 없는 경력을 가진 중견가수다. 대부분의 경력은 페퍼톤스의 객원보컬 활동이며, 예쁘장한 외모와 목소리로 유명세를 탄 것도 사실이다. 팬들은 아마도 이 앨범이 ‘홍대 여신들의 클리쉐(어쿠스틱 기타를 앞세운 조근조근한 팝)’를 답습할 것이라는 걱정어린 예상을 했으리라.
 그러나 이 앨범은 우려나 기대와는 상관없이 주관적인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의미불명의 난해한 가사들, 조금도 여신답지 않은 격한 비트와 극적인 멜로디. 시부야 스타일의 리듬에서 페퍼톤스의 영향이 어느 정도 느껴지지만, 데뷔앨범에서 자신만의 장르를 구축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가장 대중적인 구성을 보이는 ‘Golden Night(2번 트랙)’, ‘Astro Girl(3번 트랙)’마저도 기존의 ‘예쁘장함’을 의식한 느낌은 전혀 없다. 이는 무엇보다도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생생한 보컬 스타일 때문이다. 자세히 듣다보면 뮤지컬이나 서커스의 한 장면 같은 이미지를 그려내는 ‘Golden Night’는 반도네온을 앞세운 몽환적인 멜로디에 전자드럼의 차가운 비트가 섞여 전체적으로 다소 난잡하게 들리는 사운드이긴 해도, 그 나름의 관록과 노력이 느껴지는 곡이다. ‘9세계(7번 트랙)’는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복고적인 브라스 세션과 엔카를 연상케 하는 보컬이 매우 인상적인 곡으로, 그녀의 음악세계에 숨어있는 비장미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은근한 위트도 곳곳에 숨어있어 가벼운 음악 속의 비판적 메시지를 의도하는 영리함마저 갖추고 있다.
 여전히 그녀는 단독무대보다 페퍼톤스의 공연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그녀를 ‘홍대 여신’으로만 보지 않는다. 다른 ‘여신 후임자’들이 대거 등장한 탓도 있겠지만, 서른이라는 세월의 벽을 넘은데다 이 앨범으로 하여금 창작자로서의 자신을 입증했기 때문이리라. 무게를 잡지 않으면서도 진중한, ‘4차원 처녀’ 뎁의 데뷔앨범은 꼭 들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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