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진 / 대중문화비평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성균관 스캔들>은 두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하나는 최근의 트렌디 드라마에서 남장여자의 등장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징후로서, 다른 하나는 사극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그 시대를 다루는 방식이 동시대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남장여자의 등장은 사실 그리 오래된 경향은 아니다. 이런 방식을 가장 흥미롭게 보여준 것은 단연 <커피 프린스 1호점>이었다. 이 드라마의 성과는 남장여자와 남자의 로맨스를 통해 21세기에도 강력하게 작동하는 한국 사회의 젠더정치를 위트있게 비틀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후 이런 설정은 <바람의 화원>과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보다 ‘팬시’하게 변화했는데 <성균관 스캔들>은 학원물의 전통에 사극(요컨대 시대적 한계)의 방식을 사용해 젠더문제를 안정된 로맨스로 치환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성균관 스캔들>의 남장여자 설정은 로맨스의 기본조건(내가 왜 이 사람에게 떨리는 거지?)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전환된다. 여기서 이 드라마는 소녀들의 하위문화적 감수성(야오이나 BL장르)을 구현한다. 하지만 주류 미디어에서 설레발을 치듯 이러한 설정이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해 문제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결국 이성애적 연애구도의 변주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다지 위협적이지도, 도발적이지도 않다.
 이보다 흥미로운 것은, <성균관 스캔들>이 정조 시대를 재현하는 방식이 동시대적이라는 점이다. 소론과 노론으로 나뉜 부모 세대의 갈등이 성균관 유생들에게 그대로 전이되는 상황은 계급·계층 갈등이 전이되는 왕따 문제나 서열 중심의 교육제도, 원칙과 실리의 충돌이 빚어내는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갈등 같은 동시대 한국의 문제를 환기시킨다. 고증으로부터 자유로운 ‘퓨전’사극이자 청춘드라마인 <성균관 스캔들>은 그래서 SF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드라마기도 하다.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동시대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이런 성과는 현재와 근거리에 있는 <자이언트>나 <제빵왕 김탁구>가 간과하거나 무시하고 있는 세계관이기도 하다. 여기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창작의 화두는 언제나 지금, 여기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소위’ 순수예술이든 대중문화든 상관없이 적용된다. <성균관 스캔들>이 흥미로운 까닭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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