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0.9 금 13:00
기획예술
국내미술시장의 호황과 우려김상철 / 미술평론가
전웅 편집위원  |  jeon19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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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호]
승인 2010.09.29  17: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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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근 作 <빨래터> 캔버스에 유채, 15×31cm_1954
     
 

 

 

 

 

 

 

 

 

 

최근 국내 미술계의 가장 큰 화제는 후끈 달아오른 미술시장일 것이다. 연일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경매시장의 호황 소식은 이제 일상적인 것이 됐다. 더불어 대규모 전시를 통한 작품 판매량의 비약적인 증가는 문화를 향유하는 성숙된 사회로의 진입을 예고하는 한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에 없던 것으로 오늘날 미술계와 미술시장,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화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를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술시장의 두 주체, 화랑과 경매사

 


‘미술시장’을 견인하는 두 가지 동력은 경매사와 아트페어다. 경매사는 매번 경매마다 종전의 기록을 갱신하며 화제를 만들고 있고, 아트페어는 우후죽순 생겨나 난립을 염려할 정도다. 이러한 시장의 호황은 몇 가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중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박수근을 비롯한 몇몇 한국 대표 작가들의 위상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이다. 국내미술시장에는 이른바 ‘밀리언 달러 클럽’이라 불리는 일련의 화가군이 있다. 이는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백만 달러 이상으로 거래되는 작품을 가진 인기 작가들을 일컫는 것으로 앞서 언급한 박수근 외에도 이중섭과 김환기 등이 있다. 향후 ‘밀리언 달러 클럽’을 비롯한 일련의 인기 작가들의 작품 가격은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는 미술품이 단순한 감상의 대상에서 벗어나 투자와 재산 증식의 방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매시장과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미술시장의 열기는 과열을 염려할 정도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일정 기간 지속될 것이라 예견된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의 미술품 거래가 화랑 중심에서 벗어나 경매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수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술품의 소비자인 콜렉터와 작가 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미술품의 가격이 결정되는 경매제도의 등장은 미술시장의 지형도까지 바꿔놓을 만한 획기적인 변화다. 화랑은 작가가 미술품을 생산하면 이를 콜렉터에게 판매하여 이윤을 남기기 때문에,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여 상품성 있는 작가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온갖 역량을 쏟아 붓는다. 화랑은 작가의 창작과 생활에 필요한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고, 전속작가제도는 이러한 지원을 받아 창작된 작품들을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판매한다. 미술시장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 화랑을 흔히 1차 시장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경매시장은 작품을 위탁 받아 이를 경매에 올려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는다. 이를 미술의 2차 시장이라고 말한다. 원칙적으로 경매사는 작가의 발굴이나 육성과 같은 일에는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작가에 대한 독점적인 지위나 관리와도 무관하다. 오로지 ‘수수료’, 즉 영업 이익만이 관심사인 셈이다. 비록 동일한 예술작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접근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는 필연적으로 화랑과 경매사의 충돌을 야기할 수 밖에 없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경매가 도입되기 시작한 초기 상황에서 이러한 충돌과 혼란은 일정 부분 예견된 상황이다.

 

작품 가격산정을 둘러싼 갈등

 


그 중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는 문제는 바로 미술작품의 가격 산정이다. 작품 가격은 작가의 연령이나 경력 등을 유사한 다른 작가의 경우와 비교하고 시장 상황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호당 가격으로 책정되는데, 이러한 작품 가격산정은 여러 문제점을 야기했다. 작품 질에 따른 차별적 가격산정은 무시된 채 크기에 따라 작품 가격을 매기는 이른바 ‘호당 가격제’의 폐단이 그 중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작품의 물리적인 크기가 그것이 지니고 있는 예술적 가치에 우선하는 이러한 가격제도는 그 자체가 모순을 안고 있다. 더불어 작가의 객관적인 능력, 작품의 우열과는 관계없이 단순히 경력과 연륜에 따른 일률적인 작품가격 인상도 시장 상황과는 유리된 기형적인 작품가격 상승을 이뤄냈다. 일반적으로 그림 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세간의 인식은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작품가격에 기인한 것이다. 화랑은 위 두가지 방식으로 작품의 가격을 정하고, 작품 판매가격의 일정 부분을 작가와 배분하여 갖는다.
이에 반해 경매는 작품과 콜렉터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가격이 산출되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전의 작가와 화랑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시됐던 작품가격 대신, 대략적인 작품의 추정가를 제시하고 예상 경매 낙찰가를 제시함으로써 콜렉터의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지만 단정적인 가격 결정은 내리지 않는다. 이러한 가격들은 모두 공개되어 표기된다는 점에서 화랑과 차이가 있다. 먼저 화랑에서는 일정한 가격을 제시하고 이에 콜렉터가 흥정을 하는 과정을 거쳐 매매 금액이 결정된다. 하지만 경매에서의 작품가격은 추정가와 예상가를 참고로 하고, 전적으로 작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콜렉터의 가격 제시에 의해 정해진다. 따라서 어떤 작품은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경매에 나와도 유찰되어 팔리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떤 경우는 수십 배의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화랑에서 거래되는 가격과 시장에서 실제 유통되는 가격이 다름으로써 나타나게 되는 이중 가격의 혼란은 화랑과 경매사가 마주치게 되는 가장 첨예한 갈등이다. 화랑은 작품 가격이 일거에 노출되어 드러나는 상황을 불편하게 여길 뿐 아니라 경매 시장을 통하여 거래되는 작품 가격이 화랑에서의 거래 가격보다 낮을 경우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다. 그간 거래하였던 콜렉터와의 신뢰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작가 자체의 시장성이 근본적으로 소멸해 버리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화랑 측이 경매사에 생존 작가에 대한 경매를 자제하거나, 일정 기간 유예를 두는 시차적 거래를 통하여 이러한 충격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경매사 측은 작품의 가격산정은 전적으로 시장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며, 이러한 가격이 온전한 작품 가격이므로 이를 정당한 가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과장된 미술시장의 호황

 


현재 국내미술시장의 호황 장세는 제한적인 작가군과 일정한 작품 경향에 몰리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밀리언 달러 그룹의 인기는 여전할 뿐 아니라 특정 화랑과 연계되어 있는 몇몇 작가들과 신진작가로 분류되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편향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박수근의 작품처럼 수십억을 호가하는 작품의 경우 일반인의 상식으로 볼 때는 천문학적 액수지만, 우리의 경제 수준에 비견해 현재의 가격이 오히려 낮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 것을 보면 미술작품이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의 대상으로 여겨짐은 분명해 보인다. 곧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작가들의 경우 이른바 대중성 자체가 상품성이기 때문에 콜렉터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미술 시장의 열기가 일종의 ‘묻지마’식 투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미술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으므로 이 기회에 작품을 사 두었다가 다시 되팔면 차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막연한 심리와 인기 있다고 소문난 작가의 그림이면 무조건 돈이 된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경매에서 거래되고 있는 생존 작가는 20여 명 정도, 작고 작가까지 합쳐도 4-50명에 불과한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이러한 막무가내식의 미술품 투기 열풍은 가히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술계는 지난 88올림픽을 기화로 엄청난 상승을 보였던 미술품 가격이 1990년대 수직하락하며 폭락했던 어두운 기억을 가지고 있다. 오늘의 미술계 호황은 일면 반가운 것도 사실이지만, 일정 부분 과장되거나 비정상적인 열기는 분명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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