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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그래왔듯, ‘있을 수도 있는’ 일이 ‘있었던’ 일로 되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현 정권이 꺼낸 카드가 증거은폐였다면, 이번 중앙대 사찰사건으로 학교 측이 내놓은 카드는 ‘학생지도’라는 증거대체다. 사건의 정황상,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요인은 다분했다지만, 상황이 이쯤 되니 범인은 없고 피해자만 있는 형세가 되어버렸다. 그저 데자뷰였으면 좋겠고, 영화 <인셉션>의 몽중몽(夢中夢) 상황이었으면 더욱 좋았을 이 상황은 유감스럽게도 엄연한 ‘팩트’다.
   사건의 발단은 동대문 두산타워 인근에서 중앙대 학생들과 두산중공업 노조, 두산중공업 해고자들의 연대집회가 있었던 7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학문단위 구조조정에 반대하다 퇴학처분을 받은 노영수씨의 이름이 거론된 문서가 두산중공업의 한 직원에게서 발견된 것이다. 문서에는 ‘노영수 관련 동향보고’라는 글씨가 명백하게 박혀 있었다. 그것을 회수하려는 두산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학생 측의 실랑이가 한바탕 끝난 후에야 문서는 담당경찰에게 넘겨졌다.
한 거대조직이 개인을 유혹하거나 압박하여 이들이 가진 어떤 가치를 탈취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며, 우리는 이 ‘공식 아닌 공식’을 이미 여러 정황들을 통해 목격해왔다. 그리고 그 상처받은 개인을 다시 회복시켜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는 데에는 무수한 시간이라는, 기약 없는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역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중앙대학교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말대로 이번 중앙대 학생 사찰은 “명문사학 중앙대의 명성과 평판에 치명타를 입혔을 뿐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의 자긍심과 사기를 크게 실추시키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만 것이다. 이미 퇴학처분을 내린, 학생이 아닌 이에게 ‘학생지도’라는 궁색하고 모순된 명분을 세우는 총장의 발언은 더더욱 그렇다.
모든 변화에는 반드시 버리고 가야 할 ‘무엇’이 존재한다. 이제 우리는 학생의 본분과 권리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버리고, 학교측을 상대로 우리의 진정한 본분과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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