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모프 / 물리학과 박사과정

나와 한국의 인연은 10년 전 교환학생으로 본교 안성캠퍼스를 다니면서부터 시작됐다. 내가 느꼈던 한국의 첫인상은 훈훈함이었다. 3월의 교정에는 러시아에서 볼 수 없었던 개나리와 진달래가 포근한 햇살 속에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었으며, 기숙사에서 만난 학생들과 학과 동료들은 나를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러시아로 돌아와 진로를 고민하며 본교 대학원 진학을 떠올리게 된 데는 이때 받은 인상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 학생들은 집단 내에서의 결속력이 참 강한 것 같다. 선배라는 이유로 후배에게 술을 사주고, 동기라는 이유로 함께 밥을 먹으러 간다는 점이 늘 신기하다. 내가 다니던 러시아의 대학에서는 같은 학과에 소속돼 있어도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한국과 러시아의 학업환경이 달라서라고 생각한다. 러시아에서는 학과 커리큘럼이 고정돼 있고, 시험 문제를 교수가 미리 알려주기 때문에 굳이 남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수업을 선택하거나 시험을 준비할 때 교수보다는 선배와 동기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는다. 이미 수업을 들은 선배의 조언과 기출문제를 공유해 준 동기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각 나라마다 나름의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한국의 집단문화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에 남아 연구소나 기업에서 전공을 살려 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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