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이후

지난 27일 오후 2시 동대문 두산타워 앞, 한 사람이 도끼로 등을 찍힌 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머리 위로 ‘학교는 이사장의 놀이터가 아니다’라는 피켓이 놓여있었다. 퍼포먼스의 주인공은 지난 10일 학교로부터 퇴학 처분을 받은 노영수 씨. 두산타워 앞을 지나다 이 광경을 목격한 시민들은 놀란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사건의 전말을 전해들은 한 시민은 “학교가 학생을 쫓아내는 것이 비단 중앙대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일을 당하는 학생들이 아주 많을 거라고 본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퍼포먼스는 경찰들과 학교 관계자의 저지로 30여 분만에 종료됐다.


구조조정 반대한 학생들 중징계 받아 

현재까지 구조조정 반대 시위를 근거로 학교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은 학생은 총 4명이다. 4월 14일 김주식 씨(철학과 3)가 퇴학처분을 받았고, 교내 신축공사현장과 한강대교 위에서 고공시위를 벌였던 노영수 씨(독어독문학과 3), 김창인 씨(문과대 철학과 2), 표석 씨(국어국문학과 3)는 지난 6일, 각각 퇴학, 무기정학, 유기정학을 받았다. 그리고 임지혜 총학생회장은 서면으로 경고를 받은 상태다. 이처럼 학교가 많은 학생들에게 한꺼번에 중징계를 내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며, 이전까지 학교로부터 퇴학처분을 받은 학생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상벌위원회(이하 상벌위) 안국신 위원장(서울캠퍼스 부총장)은 지난 10일 중앙人 공지를 통해 상벌위의 심위결정과 징계사유를 알렸다. 김주식 씨의 퇴학결정 사유는 본지 270호 ‘구조조정 반대한 학우들 잇따라 징계’ 기사 내용과 동일하며, 노영수 씨의 경우 ‘3월 22일 시위현장에서 교직원에게 폭언을 한 점’, ‘4월 8일 타워크레인 고공시위가 언론에 유포돼 학교 이미지를 훼손했으며 교내 공사 방해로 손해를 입힌 점’, ‘본교가 공식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적이 없음에도 이를 사실처럼 언론에 유포한 점’, ‘위원회 출석 전에 있었던 삭발식을 주도했으며 커뮤니티에 올린 글로 보아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점’ 등이 퇴학 사유가 됐다. 각각 무기정학과 유기정학을 받은 김창인 씨와 표석 씨의 경우 ‘4월 8일 한강대교에서 고공시위를 벌여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킨 점’이 공통 사유로 언급됐으나, 상벌위 출석을 거부하고 집시법 위반 전과가 있다는 점을 들어 김창인 씨에게 무기정학이라는 가중처벌을 내렸다.

징계 논란, 법정으로 넘어갈 듯

그러나 퇴학과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김주식, 노영수, 김창인 씨는 이와 같은 중징계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징계대상자를 위한 후원주점’에서 노영수 씨는 “시위 방식이 과도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이것이 퇴학사유일 수는 없다”며 “외부에 퇴학의 부당함을 직접 알리겠다”고 말했다. 두산타워 앞에서 진행한 퍼포먼스는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학생들에게 퇴학처분을 내린 배후에 재단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재단이 대학이라는 현장에 대해 다소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기고, 이에 대해 앞으로도 거리로 나가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학교 측의 징계에 대한 법적 대응도 준비 중으로, 1996년도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던 백주선 변호사(법학과 92학번)를 대표로 하는 ‘민주동문회’ 출신 변호인단 10여 명이 도움을 주고 있다. 백주선 변호사는 “‘퇴학 처분 등 무효 확인의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퇴학 및 정학 처분이 학칙과도 어긋나고, 근거도 부족하기 때문에 소송의 승산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한 “재단이나 학교의 계획과 다른 의견을 얼마든지 피력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사유로 퇴학 등의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학교 역사에도 없는 일이며, 동문의 입장에서 학교의 이미지와 명예에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에 안국신 부총장은 “상벌위 측도 법률자문을 받은 후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소송이 들어온다면 그에 합당한 대응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학기 동안 학내는 학문단위 구조조정으로 인해 학교와 학생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그 결과 연일 외부 언론에 ‘중앙대 논란’이 보도되는 등 학교와 학생 모두 주변으로부터 명예롭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있다. 서울 소재 H대학에 다니는 양 모 씨(법학과 4)는 “중앙대가 대학 구조조정의 ‘좋은 예’가 돼보려고 한 것 같지만, 학생과 학교의 불화를 조장하고 잡음만 가득한 ‘나쁜 예’로 보인다”며 본교를 향한 안타까운 시선을 전했다.


박휘진 편집위원  whyj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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