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5.5 화 23:34
기획사회
한국의 4대강 살리기, 그러나 세계는김춘이 / 환경연합 운영국장
천선영 편집위원  |  gmlssjrnf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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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호]
승인 2010.05.07  16: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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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환경단체 중 하나인 ‘지구의 벗’ 국제본부 니모배시 의장이 지난 3월 한국의 ‘4대강 살리기’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4대강 살리기는 수질확보를 위해 주요 4대강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던 그간의 공을 뒤로 하고, 22조를 들여 새롭게 준비하는 사업이다. 수질개선, 수량확보 목적으로 6m 높이의 보를 20여 개나 건설하고, 총 공사구간 691km의 강에서 5억 7천만m3의 모래를 준설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야심찬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자 한 것이다.

니모배시 의장의 첫 방문지인 영산강 승천보 건설현장은 임시 아스팔트길을 중심으로 좌우가 확연히 구분되었다. 한 쪽은 보 건설을 위한 불도저와 포크레인의 굉음이 끊이지 않았고, 다른 한 쪽은 아낙네들이 잎파란 미나리를 수확하고 있었다. 현장을 본 그는 “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파괴와 평화가 공존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 국민들이 어느 것을 택할지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년 동안 강변에서 미나리 농사를 해오다 불과 공사시작 5일 전 갑자기 전답의 강제수용을 통보받았다는 한 농민은 4대강 사업이 정작 지역주민의 삶을 빼앗고 있다며 사업중단을 위한 국제적 지원을 호소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은 니모배시 의장은 개발 혹은 발전의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참여가 없다면 이는 ‘정치적인 건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말을 이었다. “강 주변에 왜 사람들이 모여 사는가? 오랫동안 사람들은 물길을 따라 강의 생태를 적절히 이용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촌락도 생겼고, 강의 생태를 바탕으로 경제도 생겨났다. 그런데 사람들은 경제적인 면만 부각시킨다. 정부관리자들은 토지를 강제수용하고 돈을 주면 된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삶과 사회는 기계처럼 이리저리 옮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과 공존하는 자연
그는 4대강 사업의 건설현장을 보니 나이지리아 석유개발의 역사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이 제시한 석유개발의 장밋빛 환상으로 드럼을 치며 열렬히 환영했던 나이지리아 사람들. 석유개발의 50년 역사 동안 그들이 경험한 것은 가스폭발, 석유유출, 토양오염, 부패한 정치였다. 정치도, 경제도 사람들 편이 아니었던 나이지리아의 석유개발은 아프리카에서 매우 부정적인 사례로 회자된다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으로 갑자기 불편해진 삶은 단지 수변구역에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들의 것만이 아니다. 강가에 깃들어 사는 생물종들에게는 더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환경연합의 이항진과 마용운 활동가는 지난 22일, 8박 9일간의 도리섬 농성을 마쳤다. 10년 이상 ‘농성’보다 ‘생태적 감수성’으로 환경운동을 일구어 온 두 활동가가 갑자기 남한강 도리섬에서 농성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는 ‘단양쑥부쟁이’가 있었다. 단양쑥부쟁이는 남한강 일대의 바위늪구비습지, 도리섬, 삼합리 세 곳에서만 서식하는 대한민국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이다. 남한강 생태를 조사하던 활동가들은 단양쑥부쟁이가 서식하는 도리섬이 포크레인으로 파괴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건설사에 공사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러한 요청을 들을 리 없는 건설사의 공사는 계속됐고, 대한민국에서만 서식하는 단양쑥부쟁이를 지키기 위해 두 활동가는 급기야 ‘농성’이라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포크레인과 불도저가 있어 겨울강보다 더 살을 에이는 추위를 보낸 그들의 8박 9일 간의 농성은 환경부가 수자원공사에 공문을 보내 한강6공구 전체 보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멸종위기종 전수조사를 촉구함으로써 일단락됐다. 그런데 이렇게 보호되어야 할 서식지가 어떤 경로로 포크레인 아래 놓이게 되었을까. 환경부는 4대강 사업 강행 이후 사업자와 수자원공사의 ‘날림’ 환경영향평가에 합의했고, 결국 단양쑥부쟁이가 없는 곳이 보존지로, 단양쑥부쟁이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 공사 대상지로 선정됐던 것이다.

4대강 살리기, 국제적 모델로
‘4대강 살리기’ 혹은 ‘4대강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보를 설치하고 모래를 준설하는 이 사업은 전세계의 흐름과는 정반대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미 연방정부는 오대호 생태 복원을 위해 지난 2월에 오대호복원계획(the Great Lakes Restoration Initiative)을 발표했다. 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연방정부는 연방기관, 주정부, 지방정부, 원주민, NGO들로 구성된 오대호지역연합체를 결성했다. 총 사업비 22억 달러로 향후 5년 동안 진행하게 될 이 사업의 목표는 환경보호, 인간 보전, 그리고 오대호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유해오염물질 및 생태적으로 파괴된 지역관리, 외래종관리, 비점오염원관리, 서식지 및 야생동물 보호 및 복원을 주요 우선순위로 설정하고 있다. 야생동물보호 및 복원 계획을 살펴보면 5년 내에 오대호로 유입되는 7천 2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강과 지류에 있는 450개 댐과 보를 제거하고, 2만 2천 5백 에이커의 습지보호 및 복원, 7만 5천 에이커의 해안, 섬, 고산지대 생태계 복원 및 보호가 주요내용이다.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계획을 만들고 수행하는 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의 4대강 사업은 이해당사자의 참여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보 건설과 모래준설을 위해 습지는 물론, 서식 중인 멸종위기종마저도 없애 버리려는 우리의 행동과 비교해 수백 개의 댐과 보를 제거하는 미국의 사례는 우리와 한참 다름을 보여준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도 댐 제거, 하천의 자연형 생태계복원은 매우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서구사회가 생태계 파괴의 잘못을 인정하고 많은 돈을 들여 생태계와 서식지를 복원하려는 마당에 도리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한국정부의 행위는 분명 세계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수십 년 후 우리 후손들은 우리가 지금 파괴한 자연을 복원시키는 데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가을, 베를린 식물원의 얀 박사가 한국의 4대강과 습지를 찾았다. 한국을 자주 찾은 덕분에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는 “아름다웠던 한국의 자연은 이미 충분히 파괴되었습니다. 제발 더 이상 손대지 말아주세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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