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세넷은 그가 가진 재능 덕분에 흑인들의 구역으로 악명 높은 카브리니 공영주택 단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는 뒤에 남겨두고 온 사람들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았지만, 자신이 느끼는 자긍심이 그들에게서 빠져나왔다는 사실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여기에서 그는 자기 존중과 불평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민감하게 인지한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저자는 존중의 세 가지 규범을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첫 번째 자기 존중의 방식은 자기 계발, 특히 능력과 기능의 계발이다.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재능을 허비하는 사람보다 재능은 부족하지만 자신의 한계까지 노력하는 사람이 존중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사회는 개인의 경험에서도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높게 평가한다. 두 번째 방식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이다. 이것은 타인에게 짐이 되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 궁핍한 성인보다 자급자족하는 사람이 존중을 받는다. 세 번째 방식은 타인에게 무언가를 되돌려 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한 사람의 인성을 존중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영원하며 깊은 원천이다. 이를 통해 사회에 생명력을 공급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세 가지 유형의 인성을 형성하는 데 불평등이 특별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는 유명인은 인생의 역경을 딛고 성공한 주인공으로 존중받으며,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따라야 할 우상이 된다. 자급자족에 대한 찬양과 기생적 삶에 대한 두려움은 무상급식을 ‘좌파적 포퓰리즘’으로 비난하게 만든다. 이처럼 인간 존중과 불평등은 대립을 숨긴 채 연루되어 있다. 가난한 대학원생의 자기 존중은 소박하지만, 불평등에 오염되어 있고, 사회적 위계를 강화하는 공부에 몰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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