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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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문화
사랑, 그 기꺼운 자기 상실의 순간구지연 /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박민정 편집위원  |  dentata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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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호]
승인 2010.05.06  01: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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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콰피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봄이 찾아왔으니 사랑에 관한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연애라느니 사랑이라느니 하는 단어를 공식적인 지면에 쓰기가 유난히 멋쩍어서 이런 편안한 어조를 택한 것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가볍게 써볼 요량으로 주말 내내 로맨틱 코미디만 봤는데 쓸 얘기가 잘 떠오르지 않더군요. 연애 한 번 못해본 사람처럼 말입니다. 이 영화에는 여러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이 겪는 오해와 갈등도 다양합니다. 남녀관계란 보편적인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고, 이 영화의 주인공들에게 주어진 사랑의 갈등도 타인의 충고나 속설 따위로는 해결되지 않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면, 사랑은 내가 사랑하는 대상만큼이나 나 자신을 응시하게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사랑의 대상 자체가 곧 나의 거울이 됩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상대방의 눈빛, 말, 몸짓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에 비추어 자기 자신을 규정하고 행동하려 합니다. 그러니 반드시 이 거울이 진실한 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거울 속의 내가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존재라고 해도, 사실 이건 무척이나 적극적이고 기꺼운 자기 상실입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중 한 명인 제나인은 외도를 고백한 남편을 용서하려 하지만, 그의 사소한 거짓말이 탄로나는 순간 분노를 감추지 못합니다. 그녀는 이제 막 리모델링이 끝난 집의 벽면에 걸린 거울을 내동댕이칩니다. 그녀가 거울을 깨는 행위 속에 담긴 환멸은 남편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녀 스스로를 향해 있습니다. 일시적일지라도 실연의 순간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은유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의 에필로그에서 제나인은 집에 새로운 거울을 걸고, 그 안의 자신을 바라봅니다. 아무리 많은 경험이 누적된다 해도 스스로 바라보고 정의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죠. 그저 내가 나를 아름답고 의미 있는 모습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훌륭한 거울을 갖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일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라도 사랑이 나를 열등하거나 허위적인 사람으로 느끼게 한다면, 거울은 때때로 사물을 왜곡해서 보여주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번만큼은 이 글의 수신인이 제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다소 연애 상담 코너처럼 되어버린 느낌이 있습니다. 더욱이 이 충고를 당장에 써먹을 데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네요. 봄꽃이 만개하고 바람도 한결 부드러워졌지만, 저는 학문에 정진하는 마음으로 먼지 쌓인 제 방의 거울이나 깨끗하게 닦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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