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0.9 금 13:00
기획예술
예술과 디지털 테크놀로지이수영 /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원
박민정 편집위원  |  dentata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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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호]
승인 2010.05.06  01: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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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전시 중인 <랜덤 액세스>의 일부를 기획하면서, 조금 급한 일정으로 일본의 엑소네모(Exonemo)라는 작가를 섭외하게 됐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터라 전시 기획 의도에 맞게 <rgb f__ker>라는 작품을 전시에 포함시키고 싶었는데, 문제는 시간이었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작가의 작품을 공간에 설치하는 것, 이 모든 것을 작가가 과연 이해해 줄 것인가.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이메일로 서로의 개념을 주고받고, 전시장 도면과 설치 플랜을 공유하고 작품을 전시했다. 이 모든 것이 2주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다면 작품은 어떻게 운반되고 설치되었는가. 나는 그 작품을 전시하고 싶은 PDP 모니터를 결정하고 작가의 요청에 따라 그 모니터의 디스플레이 정보를 작가에게 전달했다. 작가는 그 디스플레이 정보에 맞도록 자신의 작품 소프트웨어 일부를 변경, 개발하여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내게 메일로 보냈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모니터와 연결된 컴퓨터에 실행시켰다. 그 작품은 관객이 직접 네모들을 그리고 그 네모의 RGB 색의 비율을 지정하고 RGB가 깜박거리는 속도를 지정한 다음, 이를 자신의 이름으로 저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rgb f__ker>의 인터넷 기반 데이터베이스에서 랜덤하게 불려온 화면이 보여지게 된다. 컴퓨터상에서 모든 색을 결정하는 RGB 컬러가 빠른 속도로 깜박거리며 화면을 가득 채우며 이 화면의 디자인 또한 랜덤하게 계속 바뀐다. 참여성, 익명성, 즉각성을 비롯한 넷 아트(net art)의 대표적인 특징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 단편적인 예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예술의 양태를 얼마나 극적으로 갈아치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백남준이 ‘임의 접속 정보(Random Access Information)’라는 1980년도 강의에서 이미 이러한 작품 형태를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남준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이 강의에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의 형태를 디지털 정보 형식으로 내다보면서 운반을 비롯한 작품의 양태 자체의 혁신성을 작품의 가치와 동일하게 봤다.

 

   

 ▲  <참여 TV>(1963), 백남준

예술의 존재 조건, 달라지다


백남준이 작품의 이동이라는 측면을 중요하게 보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예술 작품이 소통,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소통에 있어서 더 많은 기술이 발달되고 다양화된다면 그 소통은 아주 섬세한 것으로부터 거대한 것, 폭력적인 것까지 다양화되고 소통의 속도 또한 달라질 것이다. 이것이 이제는 일반화된 인터넷을 넘어서 스마트폰과 트위터를 통해 겪고 있는 쌍방향 소통의 새로운 형식이다. 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은 단지 소통에서 그치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서 관계를 형성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낸다. 메시지보다 메시지를 매개하는 미디어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마셜 맥루한의 주장은 이미 거론할 필요가 없는 대전제가 되어 버렸다.


이렇듯 디지털 아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호소통성, 인터랙티비티는 구체적으로 예술에 있어서 어떻게 드러나는가. 미술에 있어서 상호소통이 중요하게 드러난 것은 1960년대 플럭서스나 해프닝에서 그 시작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1963년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백남준과 같은 작가들이 <참여 TV>(1963)에서 보여주듯 작품의 상태를 관객 참여적인 열린 상태에 놓음으로써 또 한 번 중요한 획을 긋게 된다. 70년대에는 브루스 나우만이 폐쇄 회로를 통해 비디오와 신체 등의 관계를 통해 인터랙티비티를 실험한 <비디오 복도>(1970)와 같은 작품이 있었다. 1980년부터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인공위성 아트 등을 비롯해서 더 적극적인 텔레커뮤니케이션이 시도됐다. <굿 모닝 미스터 오웰>(1984)과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백남준의 작품이나 킷 갤로웨이와 셰리 라비노비츠의 ‘위성 아트(satellite art)’들에서는 소통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단순 참여자를 넘어 소통의 주체로 등극하기까지는 90년대의 인터넷 발달을 기다려야 했다. 90년대에 들어서 완전히 개방된 정보와 소스, 개방된 텍스트, 개방된 참여와 예술작품은 엑소네모와 같은 넷아트에서 만개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9.11 사태로 대변되는 테러리즘, 경제 위기 등은 90년대의 미디어 아트와 넷 유토피아가 버블이었음을 선언했다. 해커와도 같이 기존의 미술관과 예술을 공격했던 넷 아티스트들은 지금 다시 굳건하게 재영토화된 미술관과 미술사에 다시 침입하기 위해 새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매년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리는 아르스 엘렉트로니카 페스티벌에서처럼, 첨단의 디지털 기술을 구사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예술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많은 사람이다. 모든 것이 공개되고 빛의 속도로 정보가 공유될 수 있는 상황에서, 예술작품은 다양한 연구와 그를 뒷받침하는 테크놀로지와 결과를 공유하는 전시의 형태로 존재한다. 작가와 관객, 작가와 기술자, 전문가와 아마추어, 예술과 대중이 고유한 영역을 벗어나 서로 관계하며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이를 경계 짓는 것이 무의미하다. 가령 엑소네모의 사이트(www.exonemo.com)에 접속하면 누구든지 그의 작품을 감상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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