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진 / KOTRA 통상조사팀 과장

  최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한 무역조치가 증가하고 있다.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한 무역조치는 크게 다자간 환경협약(MEAs; Multilateral Environmental Agreements)과 개별 입법에 의한 국가별 조치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교토의정서로, 우리나라는 아직 감축의무를 지고 있지 않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경제활동 전반에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토의정서 이후 출현한 코펜하겐 기후회담 등의 국제적 협상은 단순히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논의의 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성장을 담보로 한 개도국과 선진국의 치열한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각종 다자협상, FTA 등으로 관세율이 낮아짐에 따라 각국은 간접적 무역규제 효과를 지닌 환경보호 목적의 조치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근래에는 EU를 비롯해 중국에서도 에너지 효율 및 유해 화학물질 규제가 확산되고 있고, 미국은 부시정부 시절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환경규제를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유럽에서 일고 있는 ‘탄소관세’ 논의에서 볼 수 있듯이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갈등으로 코펜하겐 기후회담이 구속력 있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국가별 조치는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환경보호를 빌미로 개도국의 선진국 진출에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선진국 상품의 전략적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특히 신흥공업국 등장에 따른 선진국의 입지 축소, 세계시장에서의 경쟁 격화,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신 성장 동력으로 부상한 녹색산업에서 자국 산업이익 보호 필요성은 소위 ‘녹색 보호주의’를 유발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녹색 보호주의는 실질적으로 외국기업의 자국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자국기업의 환경 분야 경쟁력을 도모하는 조치인데, 환경보호라는 명분을 가지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난이나 제재 가능성이 낮다.

 환경규제의 이중성

  국가적 환경규제 강화는 우리 산업계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 먼저 위기 측면을 살펴보자. 기준이 지속적으로 엄격해지고 규제 대상이 늘어날 경우, 국내 수출기업으로서는 생산방식도 환경친화적으로 전환해야 하므로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용은 제조원가 상승을 야기하여 제품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빠르게 강화되는 세계 환경규제에 제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생산품이 수출 및 판매 금지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일례로 최근 중국이 오존층 파괴물질과 유독화학품 수출입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과도기를 짧게 두고 신규목록을 발표하여 관련 업계가 곤욕을 겪는 경우가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환경규제가 위기로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높은 수준의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에너지 절약 등 친환경산업 부문에 대해 각국 정부가 재정지원과 금융지원을 확대하면서 친환경제품 생산 기업에게는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의 기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환경규제가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하는 것은 더욱 의미 있다.

  환경규제에 대한 인식제고가 급선무

  그렇다면 이러한 국제적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우선 국가 차원에서는 기업 및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제고를 유도해야 한다. 환경에 대한 지출을 비용 증가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유망사업에 대한 투자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 환경관련 규범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되게 국제화함으로써 국내 기업들이 선진국 및 국제 환경규제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일본 기업의 경우 1998년부터 자동차나 TV와 같은 품목의 현재 최고효율수준을 미래의 최저효율기준으로 설정하고 목표 기간 내 달성하도록 하는 ‘톱러너 제도’ 등의 도입으로 환경규제를 성장 발판 삼아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최근의 국제적 논의는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인 우리나라에게 궁극적으로 기업 생산활동에서부터 개인의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저탄소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한편 기업차원에서는 국제사회의 규제 강화를 기업의 경쟁력 제고 기회로 인식하는 의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환경규제에 대해 지속적인 정보 수집을 통해 사전 대응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2009년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실시한 ‘국제 환경 규제 인지여부’에 대한 설문에 따르면, 58%의 중소 수출기업들은 확대 시행되는 국제 환경 규제 및 정책 변경사항에 대한 정보를 상당 부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 환경 규제에 대한 사전 대응이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정보수집 및 사전대응 방안 수립과 함께 환경친화기술 및 상품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요즘은 소비자의 높아진 환경의식 때문에 일정한 친환경 수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상품이 팔리지 않는, 이른바 ‘녹색 소비주의’가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 친화 기술 및 상품개발을 통한 녹색시장 공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으로, 투자 강화를 통한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해야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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