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정 / 영상학과 영화이론전공 석사과정

  언제부턴가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우리의 시대와 세태를 묘사할 때 빠질 수 없는 수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들리는 목소리는 위기에 빠진 인문학을 구해내기 위해 결사항전을 벌이는 인문학 파수꾼들의 함성이다. 그러는 사이 ‘인문학’이라는 말은 마치 우리 가까이에 없던 것이 새로 다가오기라도 한 것 같은 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인문학은 우리를 외면한 적도, 우리가 그것을 멀리한 적도 없다. 이렇게 새삼스레 생긴 관심은 어쩌면 인문학에 대한 서운한 처사일지도 모른다. 사실 어느 한 순간도 우리의 삶은 인문학이 이야기하고 있는 가치 안에서 떨어져 나온 적이 없다. 인문학은 여전히 회자되고 우리 가까이에서 들려온다. 그렇게 들려오는 인문학의 함성이 한데 모여 하나의 책으로 엮어 나온 것이 바로 <인문학 콘서트>다.

   <인문학 콘서트>는 KTV에서 <인문학 열전>이라는 이름으로 방송된 학계 명사들의 인터뷰를 엮은 것으로, 통섭과 윤리, 생명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사회자와 전문가들이 나눈 열담의 성찬이다. 하지만 <인문학 콘서트>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문학이라는 틀에 맞추어진 학문적 주제가 아닌 삶 그 자체와 서로 다를 바 없는 인간 생활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다. 즉 즐겁게 잘 사는 것, 인간과 사회가 추구하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그래서 <인문학 콘서트>는 콘서트장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것처럼 편하게 읽힌다. 하지만 인문학에 대한 평이한 사유로 인문학적 질문의 답이 해결되는 순간, 인문학은 자기물음과 자기해답에 만족한 채 스스로 소멸될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책을 읽음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반성과 고찰이다.

   모든 생명체 중에서 유일하게 사유와 반성이 가능한 인간은 자신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그 존엄성을 존재에 부여할 수 있다. 그래서 인문학은 인문적 지식을 위한 것이 아닌 인문적 소양을 위한 것이 된다. <인문학 콘서트>가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바는 앎의 추구가 아닌 진정한 삶에의 추구다. 옛 우리말에서도 앎은 곧 삶이었지 않은가. 위기에 처한 인문학을 구하는 길은 삶에 충실하면서 삶을 되돌아보는 것, 그로써 인간 본연의 가치를 찾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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