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과 대학원의 발전

3월 23일 발표된 학문단위 재조정 최종안(이하 최종안)이 지난 8일 이사회의 승인을 통과함으로써 사실상 마무리됐다. 대학원의 경우 본지 267호에 보도된 ‘대학원 재조정안 기본원칙’에 따라 4~5월 중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홍준현 대학원장보(행정학과 교수)는 “대학원 구조조정은 전문·특수대학원을 재조정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며 “일반대학원의 경우에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원은 학부의 학문단위 재조정에 근거해 조정이 이루어지기는 하나, 학부에서 기존의 몇몇 학과들이 학부제로 전환되더라도 대학원 내에서는 이전처럼 학과 형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학원 육성방안이 실종된 구조조정

그러나 향후 대학원 구조조정 논의를 위해 만들어진 ‘대학원 재조정안 기본원칙’을 살펴보면, 유사학과를 통폐합하거나 학부의 학문단위 재조정을 따라 학과를 신설하는 등 행정적인 측면의 조정만 있을 뿐, 연구중심대학 구축을 위한 가장 기초 단위인 일반대학원 육성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지난 17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서는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위해 선도 대학원 20곳을 선정하여 집중 지원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발표하면서, 현재 국내 대학의 문제점으로 ‘학사 중심의 대학 운영’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일본은 노벨상을 수상한 16명 가운데 2명 빼고는 모두 국내 박사”라며 보다 높은 연구수준을 위해 국내 대학원과 박사과정 육성의 필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준현 대학원장보는 “국내 대학의 경우 해외와 비교했을 때 재정적으로 충분하지 못하고, 연구자 인력도 많지 않아 무조건 해외 명문대학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연구중심대학을 위해서는 대학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환경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연구성과,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 요구돼

대학원에 대한 육성방안 부족은 곧 대학의 연구성과와 직결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 시행된 조선일보-QS 대학평가에서는 세부 평가항목으로 ‘논문 인용 수’를 측정했다. 이는 단순히 양적측면에서 연구성과를 측정하기보다 간접적으로나마 발표 논문의 질적인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인데, 본교는 전체 순위는 물론 이 항목에서도 상위 10위권 내에 들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표 참조). 우수한 연구성과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연구지원을 위한 본부의 노력은 얼마나 이뤄지고 있을까. 우선 원우들이 1차적으로 겪는 부담인 등록금의 경우, 이번 학기 실질 수혜율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행정실을 통해 신입생 성적우수, 연구조교A, 교육조교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 수와 등록(예상) 학생수를 대비해본 결과 약 1/3의 원우들이 전액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홍준현 대학원장보는 “연구조교A는 (본교의) 교수 9백여 명 중 290여 명만이 시행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연구조교A 제도를 활용하면 장학금의 수혜율은 훨씬 증가할 수 있”으며 “본교의 연구성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 원우는 “연구조교A는 입학 후 관심분야가 바뀌는 경우를 감당하지 못하고, (교수와 대학원생이)서로의 관심사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채 공동연구를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좋은 논문을 발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연구사업 지원에 대한 아쉬움도 피력됐다 전소현 원우(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는 “학과나 연구소를 중심으로 본부 측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교수와 대학원생의 전반적인 연구성과가 향상될 것”이라며 “취업률을 기준으로 구조조정을 하기보다 연구사업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준현 대학원장보는 “지금까지 우리 대학원에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화된 시스템이 부재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지난학기에 대학원 발전위원회를 조직해 대학원 육성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대학원 발전위원회는 현재 구조조정 논의로 인해 그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진정한 연구중심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이 다각도로 모색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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