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서울의 밤하늘에서 ‘별 볼 일’이 없게 된 것은 대기오염 탓만이 아닙니다. 고층빌딩 사무실의 형광등, 한강 다리의 경관조명, 유흥가의 네온사인은 언제부턴가 별을 대신해 서울의 밤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는 27일, 서울 시민들은 오랜만에 별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지구촌 불끄기 행사 ‘Earth Hour 2010’으로 인해 오후 8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서울 시내의 공공건물과 랜드마크의 경관조명이 모두 소등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Earth Hour’는 세계자연보호기금 주관으로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세계적인 환경보호 행사입니다. 조명이 내뿜는 열과 전력 공급을 위해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입니다. 대형 건축물에서부터 각 가정에 이르기까지 단 한 시간 동안만이라도 전등을 끈다면, 사람을 포함한 지구 전체가 ‘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Earth Hour’의 발상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현재 각국의 도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2007년 호주 시드니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만 런던, 이집트, 시카고, 방콕 등 세계 88개국 4천여 개 도시가 동참해 거대한 ‘빛의 파도타기’를 연출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와 창원시가 참여한 바 있습니다.

  한편 소등 행사 1시간 전인 오후 7시 30분부터, 남산 N서울타워 광장에는 시민들이 별을 관측할 수 있도록 천체망원경이 설치된다고 합니다. 27일에는 우리도 전등 스위치를 내리고 밖으로 나가 ‘별을 보며 길을 찾던 옛 시대’의 정취를 느껴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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