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2.9 수 12:16
기획과학
필립 K. 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이창우 / 영화평론가
박휘진 편집위원  |  whyj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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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호]
승인 2010.03.24  12: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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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인 이 소설은 지구의 식민지 화성에서 도망쳐 온 사이보그 노예(안드로이드)를 추적하고 사살하는 어느 경찰 끄나풀(릭 데커드)의 이야기이다.

릭이 복제인간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노리는 이유는 복제품이 아닌 살아 있는 애완가축을 구매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로봇을 생물과 똑같이 만드는 기술이 식민정책의 지주가 되는 시대에, 사람들은 역으로 원본에 대한 편집증적 애착에 휩싸인다. 따라서 인간과 기계를 판별하는 기준은 어렵고도 노예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절박한 문제가 된다. 소비해도 닳지 않고 무한 복제가 가능한 지식 사회에서 지적 저작권이 체제유지의 근간이 되는 요즘 세태와 비슷하다. 소설 속 인류가 설정한 인간 판별 기준은 타인과 공감하는 감정이입능력이다. 가령 “당신이 앉아 있는 소파가 당신 아기의 가죽으로 만든 것이라면?”이라는 질문에 안드로이드는 담담하게 “징그럽겠군요”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기계에 대한 인간의 선민의식은 블랙 유머로 조목조목 비판된다. 첫째, 사람들은 무력한 감정이 들 때마다 습관적으로 ‘기분전환장치’ 다이얼을 조절한다. 만약 다이얼을 누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우울하다면 다이얼을 누르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기 위한 다이얼이 마련되어 있다. 둘째, 릭의 주된 감정이입의 대상은 상품 카탈로그 목록에 열거된 값비싼 동물들이다. 물신을 숭배하는 소비주의가 그의 쳇바퀴 같은 일상을 견인한다. 셋째, 인간이 ‘감정이입기’의 손잡이를 붙잡으면 ‘머서(신)’와의 정신적겴걘셈?합일이 생기면서 “지구든 식민지 위성에서든 누구나 똑같이 겪는” 집단적 열광이 발생한다. 강자와의 동일시를 통해 네티즌적 공감을 파시즘화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18세기에 문명과 야만을 나누는 기준이 ‘이성’이었던 것처럼 감정이입능력은 안드로이드를 색출하는 심리테스트 기준이다. 그 기준에 미달한 로봇을 무자비하게 사살하는 릭에게 한 안드로이드는 이렇게 대꾸한다. “그렇다면 당신이야말로 안드로이드겠군요.” 가전제품이나 대중매체에 조정되고 소비주의, 종교, 신분제도에 유도되는 감정이입적 인간의 객관적 모습은, 사실 인간이 생각하는 ‘안드로이드’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소설은 원본숭배를 내던지는 릭의 깨달음으로 끝난다. 스스로 복제품임을 인정하는 사이보그들과 마주치면서 릭은 인간과 기계는 모두 동등한 생명이며 “신이 우리를 통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통해서 세상을 보아야 함”을 자각한다. 원죄와 결핍에 기반을 둔 자아를 버리고 ‘능동적으로 생산하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출간된 지 40년이 지났지만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인지과학적이고 탈근대적인 사유가 첨단을 달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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