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의 진통은 예상된 일이었다. 12월 29일, 단독으로 ‘학문단위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본부 앞에 계열위원회(이하 계열위)는 이를 수습하는 수준의 안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두 위원회가 서로의 안을 조율하기로 했지만, 본부 측은 계열위의 회의 테이블 제안을 거절하기 일쑤였다. 학교 측은 3월 내 합의되지 못하면 본부 안을 그대로 밀고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히면서, 다른한편으로는 계열위의 임기를 3월 4일자로 강제 종결시키는 모순적 태도를 보였다. 이로써 구조조정에 대한 공식적인 테이블은 사라졌다. 학과의 앞날과 대학의 미래를 우려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합리적인’ 테이블이 사라졌으니 결국 남은 것은 투쟁뿐이었다. 그렇게 본관 앞에 천막이 들어섰다.

일주일 내내 이어진 악천후에도 오히려 천막은 하나둘씩 늘어났다. ‘중앙대’의 ‘모든 것’을 바꾸는 구조조정에 관해 조금이라도 더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교수와 학생이 한데 모여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천막이 들어선 지 2시간만에 학교 측은 천막철거를 시도했고, 며칠 후 학생지원처에서는 ‘중앙人’ 커뮤니티를 통해 ‘시위방식에 대한 공고’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시위방식이 “우리대학의 면학분위기와 질서를 훼손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며 시위에 사용되는 모든 시설물과 게시물은 허가를 받을 것과, 위배될 경우 “엄중 처리”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여름 진중권 전 겸임교수 해임사태 때 벌어졌던 학교의 ‘징계 퍼포먼스’가 되살아난 셈이다. 본부 측은 새 학기 초부터 학교가 ‘원하는’ 새터를 가지 않았다고 자연대 학생회를 징계위원회에 상정하더니, 이제는 학교가 ‘원하는’ 시위방식이 아니면 모두 처벌하겠다고 나오고 있다.

굳이 현 정권에 빗대지 않더라도, “정학” “퇴학” 등의 무시무시한 단어들을 내세워 학생들을 압박하는 태도가 얼마나 무자비하고 일방적인 것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학생들에게서 논의의 테이블을 일방적으로 거두어놓고, ‘규율에 맞게 말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것은 무슨 아이러니인가. 사회로부터 학생을 보호해주어야 할 학교가 도리어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면 방패가 아닌 칼을 들이대겠다는 논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민주주의’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최소한 대학의 인문학적 토양은 어디로 간 것인지 자문해 볼 일이다. 학생들보다 제도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해서 그 목소리와 행동을 폭력적으로 억누르는 것은 결코 올바른 식자의 태도라고 할 수 없다. 본교의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시작한 구조조정이 이러한 방식이라면, 그리고 이것이 그들이 ‘원하는’ 대학의 변화라면, 구조조정 후 학교의 미래도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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