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구조조정: 행정체계 개편

 

지난 12월 29일 박범훈 총장은 ‘중앙 人’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 학문단위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박범훈 총장은 “18개 단과대학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놓은” 기존 상태에서는 경쟁력 강화가 어렵다며, 각 단과대학을 5개 계열로 재편하고 ‘책임 부총장제’를 운영하여 “각 계열별로 자율 경쟁체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지향적인 대학운영 시스템으로의 획기적인 개혁”을 할 것임을 알려 행정적인 측면에서도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효율성을 기초로 한 행정체계 개편안

이후 지난 24일 열린 전체교수회의에서는 행정체계 개편에 대한 기초 골격이 드러났다. 행정개편안의 발표를 맡은 윤경현 기획처장(컴퓨터공학부 교수)은 “아직 극히 초보적인 수준의 계획”임을 감안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개편안에 따르면 본부 측은 ‘계열 분권화 도입’, ‘핵심기능 강화’, ‘실무형 리더 육성’의 세 가지 방향성을 기초로 행정조직 전반에 개혁의 칼을 댈 것을 선언했다. 우선 학생지원 운영의 경우 학생종합서비스 제공을 효율화하여 기존의 여러 업무를 통합해 ‘학생종합서비스센터’를 구축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기존의 학생지원처가 수행하던 학생지원, 장학지원뿐만 아니라 각종 학적관리 및 학사 관련 모든 업무를 학생종합서비스센터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본부 측은 이를 통해 “학생의 서비스 만족도 향상”을 꾀하고, “집중화를 통한 업무 효율 향상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교학지원 운영의 경우, 기존의 단과대학 행정실 체계에서 벗어나 ‘계열별 교학처’ 구조를 조직하여 인력, 예산, 업무 등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도 행정체계 전반에 대한 개혁의 밑그림이 설명되었으며, 2010년과 2011년에 단기적으로 시행을 거쳐 2012년 이후 캠퍼스 통합 시점부터는 학문단위 분권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단계별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효율성과 경쟁력을 골자로 한 본부 측의 행정체계 구조조정에 대해 방효원 계열위원장(의학부 교수)은 “학과운영을 지원, 강화하지 못하고 학과의 권한을 계속해서 축소시키는 안”이라고 주장했다. 각 학과별로 특성이 상이한 만큼 교수와 연구에 대한 지원서비스는 실질적 운영과 밀착해서 제공되어야 함에도 오히려 행정실을 통합시킴으로써 학과의 자율적인 운영 권한이 대폭 축소된 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 2년간 교직원 수의 변동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교직원노동조합(이하 노조)에 따르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행정직 교직원의 경우 명예퇴직이 60명, 정년퇴직이 10명으로 총 70명의 교직원이 퇴직하였으나 같은 기간 동안 새로 들어온 교직원은 30명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전에는 팀장 한 명이 5~6명의 팀원을 관리했지만, 지난 2년 동안 교직원 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이제는 팀장 한 명이 많게는 15~20명의 팀원을 관리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각 단위들을 지금보다 더 큰 단위로 통합시키면 그만큼 교직원 수도 줄어들게 되고, 1인 업무량이 증가해 학생과 교수에 대한 교학지원도 계열단위로만 진행되어 세밀한 서비스의 지원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상철 노조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행정체제는 학과운영, 즉 교수의 연구나 교학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개편하려면 계열보다 학과를 강화시키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며 “이번 구조조정안을 보면 학과 운영에 대한 안은 찾아볼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감원된 교직원의 자리를 채우는 것은 ‘하청(아웃소싱)’체계다. 이미 우리 학교는 방호와 미화, 그리고 계절적 업무를 담당하는 시설팀 일부를 하청체계로 운영하고 있으며, 학내 구조조정과 함께 도서관과 행정정보처 역시 하청체계로 전환할 예정이다. 노상철 노조위원장은 “적정한 부분의 아웃소싱은 인정하나 대학이라는 특수한 사회에서 효율성만을 따지는 것은 문제”라며, “행정 분야까지 아웃소싱이 침투하면 교육행정과 같은 업무의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학과의 운영을 이끄는 학과사무실 대부분이 대학원에 재학 중인 원생들의 임시적인 조교 근무로 채워지는 현실 역시 교육지원 서비스의 질적 하락에 한 몫을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경쟁력’은 무엇으로 이뤄지나

본부는 경쟁력과 효율성이라는 기업의 논리를 내세워 대학의 학문단위와 행정조직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교직원 성과급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논리에 근거한 조치였다. 그러나 지난 18일 열린 토론회에서 고부응 교수(영어영문학과)는 본부의 구조조정안에 대해 “기업의 목적인 이윤 창출과 대학의 목적인 학문 탐구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기업의 효율성과 대학의 효율성은 작동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대학이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기업의 논리를 전파하기보다 학문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함양해야 할 부분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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