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A TO Z


지난 21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의 주요뉴스란에는 ‘중앙대가 인천 검단 신도시에 제3캠퍼스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업데이트 됐다. 비단 이 날뿐만 아니라 지난 12월부터 많은 언론사들은 심심치 않게 중앙대 관련 소식들을 보도하고 있다. 학생들이 캠퍼스를 비운 방학 동안 취재차량과 기자들이 학생들을 대신해 학교를 드나든 셈이다. 중앙대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두말할 나위 없이 그것은 바로 구조조정이다.

2008년 5월 중앙대는 일명 ‘천원재단’에게 작별을 고하고 새 재단으로 두산그룹을 맞이했다. 새로 취임한 박용성 이사장은 “중앙대를 세계 100대 대학으로 진입시키겠다”며 야심차게 ‘CAU 2018+’기본안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학문단위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구조조정 시행에 앞서 학교 측은 본부위원회(이하 본부위, 위원장 김창수 기획본부장)와 계열위원회(이하 계열위, 위원장 방효원 의학부 교수)를 구성, 각각 구조조정안을 작성하고 추후 합의를 통해 단일안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29일 본부위의 구조조정안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으며, 계열위의 안은 2월 2일 공식 발표됐다. 이후 방학기간 동안 구조조정에 관한 회의 및 행사들이 지속적으로 열렸으며 2월 28일 현재, 구조조정안은 여전히 여러 쟁점들을 남겨둔 채 협상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표 참조).


  
학문단위 어떻게 달라지나

본부위는 12월 29일 발표한 ‘학문단위 재조정 계획안’에서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계열 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여 ‘외부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 학과·사회적 수요에 기여하는 학과·미래 트렌드에 부합하는 학과’를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를 위해 본부위는 현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부) 단위를 5개 계열 10개 단과대, 40개의 학과(부) 체제로 전환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이와 달리 계열위에서는 11개 단과대, 51개 학과와 종합예술원 체제를 제안하고, 5개 계열 체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논의를 거듭한 끝에 지난 24일 전체교수회의에서, 양 측은 10개 대학 체제로 전환하는 데에는 합의를 도출했음을 밝혔다. 이에 따라 본교는 인문·사회과학·경영경제·자연과학·공과·예술·사범·약학·의과·체육대학으로 학문단위가 조정될 예정이다. 29일 안에서 폐지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던 정치외교학과는 국제관계학과와 통합해 사회과학대학의 국제학부로 재편됐다.

그러나 학과(부) 조정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인문대학과 관련해 본부위는 기존 어문계열 학과를 아시아문화학부와 유럽문화학부로 편제하고 인도문화전공 신설을 제시하였으나, 계열위는 인도문화전공 신설을 반대하며 학부제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면 문화학부가 아니라 어문학부라는 명칭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외에도 사범대학의 가정교육·체육교육학과 폐지, 사회과학대학의 아동·가족학 통폐합, 경제경영대학의 금융공학과 신설, 자연과학대학의 학부제 도입 등에 대한 사항이 아직 합의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표 참조).

특히 계열 체제와 학부제 도입에 대해서는 양측의 논의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인문계열대표 김누리 교수(독어독문학과)는 “학부제가 처음 실시된 이유는 대학의 내부적 필요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대학의 모집 단위를 학부제로 해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28조 2항의 시행에 의해서, 엄밀히 말하면 외부의 압박과 유인에 의해서였고, 이조차도 2009년 1월 19일부로 폐지되어, 교육부도 사실상 학부제의 폐해를 인정하고 있다”며 학부제 전환이 시대착오적임을 강조했다. 이에 안국신 총괄위원장(서울캠퍼스 부총장)은 “공과대학와 경영대학에서는 학부제가 성공적으로 시행되어 왔다”며 “학부제가 낼 수 있는 내부경쟁의 효과를 잘 이끌어내 모범적인 학부제 시행 사례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단위도 달라진다

구조조정은 학문단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본부위의 운영체제 개편(안)은 ‘종합행정실 및 교육·연구지원처 설치, 계열 부총장제 실시’ 등을 골자로 한다. 12월 29일 ‘중앙人’에 게재된 ‘학문단위 재조정 계획안 발표에 대한 총장님 메시지’에 따르면 행정단위 개편은 “5개의 계열별로 묶어 5명의 부총장이 인사추천권을 비롯한 예산, 교원 및 직원 승진 심사권 등 대학운영의 모든 권한을 위임 받아 책임 운영할 수 있도록 대학행정의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안국신 총괄위원장은 “행정업무와 학과업무가 괴리되어 있는 현 체제는 매우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며 “미국의 경우처럼 각 단과대 학장에게 실질적 권한이 부여되는 방식으로 체제를 전환할 방침 고, 그 방식이 책임 부총장제가 될지 아니면 다른 모습일지에 대해서는 본부위도 아직까지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본교의 의사결정 과정은 각 학과의 의견이 학장을 거쳐 본부로 올라가는 방식이나, 책임 부총장제가 실시되면 의사결정 과정이 ‘탑-다운’식, 즉 위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 아래로 전달하는 하향식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방효원 위원장은 책임 부총장제에 대해 “학교 측이 행정교수를 외부에서 영입할 수 있도록 교수임용 내규를 수정한 바 있기 때문에 외부 인사나 기업 관계자가 부총장으로 임명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고, 자연계열대표 이광호 교수(생명과학과)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불가피하게 책임 부총장제를 받아들이더라도 직선제 등의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 구조조정 후 캠퍼스 이전?

캠퍼스 재배치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본교는 하남캠퍼스 신설을 위해 2007년 하남시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08년 9월에 현 안성캠퍼스를 하남으로 이전하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박범훈 총장과 안상수 인천시장은 오는 2016년까지 인천 검단 신도시에 66만㎡ 규모의 제3캠퍼스 건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본교는 서울·하남·검단 3캠퍼스 체제로 운영될 계획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캠퍼스 운영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1월 29일 계열위 최종회의에서 방효원 위원장은 “사실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기본 조건은 안성캠퍼스를 하남으로 이전하는 것이었다”며 캠퍼스 이전과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본부위 측에서도 1월 4일 ‘중앙人’을 통해 “캠퍼스 이전과 구조조정을 함께 진행하겠다는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고 공지한 바 있다. 그러나 공지 글에서도 인정하고 있듯이 캠퍼스 이전과 관련해 여러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어 정확한 일정을 세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본부위의 발표에 따르면 학문단위 구조조정안은 오는 2011년 신입생 모집부터 일부 적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향후 캠퍼스 이전·설립 계획에 따라 흑석동에서 하남이나 검단으로, 혹은 그 반대로 거처를 옮겨가며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방학’ 그리고 ‘두 달’이라는 시간

단일한 구조조정을 만들어가기 위한 논의 과정도 다소 시끄러웠다. 본부위와 계열위의 공식적인 첫 토론회였던 12월 29일의 ‘계열위·본부위 공동 학문단위 재조정 방안 토론회’가 사실상 불발에 그쳤으며, 2월 2일에 예정되었던 계열위와 본부위의 2차 토론회도 무산됐다. 김누리 교수는 “일정을 조정하는 모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구조조정의 구체적 사항을 논의한 회의는 총 네 차례밖에 진행되지 않았다”며 “본부위가 계열위와의 회의를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논의에 대단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방효원 위원장은 계열위 최종회의에서 “상식적으로 두 달이라는 시간은 향후 학교의 방향을 결정할 만큼 중대한 사안을 논의하는 데 충분치 않은 시간이며, 방학이라 많은 교수들이 자리를 비워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본부위와 계열위는 오는 8일까지 구조조정안 조정회의를 갖고, 그 때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부분은 추후 설명회를 개최하여 학내 구성원들에게 각 입장을 개진하는 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후 16일부터는 안건 상정을 위한 수순를 밟게 된다(표 참조). 24일 전체교수회의를 마친 후 방효원 위원장은 “이 같은 일정은 사실상 구조조정안에 대한 수정이 불가능한 일정”이라며 “본부가 자신들의 안을 밀어붙이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목표가 학교의 ‘진정한’ 발전이라면, 구조조정은 긴 호흡으로 먼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3월, 학생들이 돌아온 캠퍼스에 어떤 기운이 감돌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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