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개의 플래시가 터졌다. 눈에 고인 눈물과 금메달이 반짝반짝 빛났다.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김연아가 지난 26일,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연아는 찬란하게 빛났고, 모든 언론들은 일제히 ‘김연아’를 키워드로 기사를 쏟아냈으며, 한반도는 열광했다. 그러나 그 시각, 한 언론사에 발생한 ‘참상’은 빛에 가려져 우리의 눈에 들어오지 못했다. 바로 공영방송 MBC의 ‘낙하산’ 사장 교체 사태였다.

 온 국민이 TV 앞에 앉아 ‘빛나는’ 김연아를 감상하던 바로 그 시간에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는 MBC의 신임 사장으로 ‘친MB 인사’로 알려진 김재철 청주MBC 사장을 선임했음을 발표했다. YTN과 KBS에 이어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이 마침내 MBC에서도 실현된 것이다. ‘공영방송 MBC 사수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했던 MBC 노조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곧장 ‘낙하산 사장 저지와 김우룡 이사장 퇴진’ 총력투쟁에 나선 상태다. 소설가 이외수도 트위터를 통해 “온 국민이 가슴 벅찬 기쁨에 젖어 있는 이 시간을 언론장악의 기회로 악용”한 처사에 대해 “심하게 우롱당하는 기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영방송’은 전파를 이용하는 특성 상 공적 기관의 성격이 강한 방송매체가 일반 기업·개인에게 장악되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특정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여 공영성을 목표로 두고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의 독립적 가치를 지켜야할  방문진의 이사진을 선임하는 구조적인 모순에서부터 이번 사태는 시작됐다. 과거 독재권력 만큼이나 언론장악에 힘을 쏟고 있는 이번 이명박 정권은 방문진을 자신들의 시녀로 만들었고, 방문진은 이러한 모순을 개혁하기는커녕, MBC에게 자신들의 시녀 역할을 대물림하고 있는 형국이다.

 26일자 MBC <뉴스데스크>는 김연아의 금메달 소식을 34분에 걸쳐 다뤘지만, 정작 자신들의 '낙하산' 사장 교체에 대해서는 10여 초만에 보도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국가권력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면 어떻게 되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단면이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의 파급력이란 얼마나 큰 것인가. 권력과의 ‘거리두기’는커녕 권력에 ‘먹혀버린’ 공영방송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언론은, 김연아의 빛나는 메달과 4대강의 허위성이 모두 다 보도될 수 있는 언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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