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란 오늘날의 ‘포장도로’처럼 계획 하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걸음 뒤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흔적이다. 안전하게 포장된 도로가 이미 주어져 있음에도 척박한 삶의 황무지에 자신만의 길을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로드스쿨러’다.

‘로드스쿨러’라는 단어는 원래 탈학교 청소년들의 모임인 ‘고글리’의 멤버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호칭이었다. 고글리의 멤버들은 청소년 시절에 만나 함께 여행, 독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도 쓰고 문화작업도 해왔다. 로드스쿨러 이보라 씨가 탈학교 청소년들을 인터뷰해 만든 다큐멘터리 <로드스쿨러>와 8개월 동안 인도, 티베트, 네팔 등 아시아 8개국을 돌며 경험한 일을 기록해 출판한 <길은 학교다>는 언론에 자주 보도되면서 이미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고글리 멤버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책,  <로드스쿨러>가 출판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이들의 모습에 힌트를 얻어 최근에는 ‘로드스꼴라’라는 이름의 대안학교가 생기기도 했다.

 

이제 성인이 된 고글리의 멤버들은 직업을 갖거나 대학을 다니지만 그렇다고 로드스쿨러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직장이나 대학은 어디까지나 삶의 여정이라는 큰 배움터에서 필요에 의해 선택한 여러 수강과목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길은 학교다>에 나온대로 로드스쿨러는 “학교를 벗어나 다양한 학습 공간을 넘나들며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고 교류하고 연대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일컫는 말”인 동시에 “스승이 있는 공간이면 세상의 모든 곳이 배움터라는 생각을 하는 자기 주도 학습자들이 스스로를 명명하는 이름”이다.

삶의 모든 공간과 경험을 배움터로 삼는 전방위적 학습자가 로드스쿨러라면, 대학원생들은 학교로 출근해 공부를 일로 삼는 일중독자에 가까울 것이다. 많은 대학원생들은 각종 프로젝트와 잡다한 업무, 한정된 커리큘럼 속에서 입학 당시의 열정을 잃고 수동적인 생활을 반복하곤 한다. 혹 지금 수동적인 공부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면 로드스쿨러들의 역동적인 삶이 녹아있는 책과 다큐멘터리를 통해 대학원 생활과 조화를 이루는 자기만의 자율적 학습법을 모색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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