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의 마이클 베이저맨 교수와 로스 로홀트 교수는 전 세계를 다니며 ‘지역사회 기반 청소년 참여의 모델’을 주제로 학술교류를 하고 있다. 처음 이들의 관계는 교수와 제자 사이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강의를 함께 하는 파트너로 지내고 있다. 이들은 강단에 함께 올라서, 한 사람이 이야기를 진행하다 멈추면 다른 사람이 이어받아 계속하고 또 다시 다른 사람이 이어받는 방식으로 긴밀하고 동등하게 협조한다.

이들과 달리 국내 사례를 보면 아직은 교수와 제자 관계에 엄격하고 견고한 권위의 틀이 버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몇몇 원우들은 “조교가 3일에 한 번씩 교수 연구실에 놓인 화분에 물을 주러간다고 들었다”, “교수님이 회의를 소집하면 제자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참석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마치 비서처럼 제자들이 교수의 개인 업무를 대행하는 이유로는 “논문의 당락을 교수가 쥐고 있어서인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교수와 제자가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 불평등한 관계는 연구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제자는 교수의 학문적 관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의견을 제기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 원우는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공식적 자리인 수업 시간에는 자신의 가치관을 피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도의적으로 말을 가려서 하는데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다른 원우 또한, “교수님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훗날 평가와 졸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싶지 않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이처럼 자유로운 토론이 어려운 풍토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학문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왜 이런 경직된 권위주의가 연구사회에 뿌리 깊고 견고하게 세워져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예의범절 문화”라는 의견부터, “제자보다 교수가 학문적 업적이 크기 때문에 우월적 지위는 당연히 존재”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권위의 문제, 또 교수와 제자 간의 파트너십 형성이 곤란한 점에 대해 한 교수는 “각 교수마다 개별적인 사안”이라며, “학문적으로 준비 단계인 제자를 가르치고 키워내야 하는 과정상 권위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와 제자 관계가 민주적인 관계가 되기 위해서 권위 자체를 소멸시키고 양자가 평등해져야 한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권위가 제자가 세워드리는 권위의 선을 넘어 교수 스스로가 군림하기 위한 권위가 될 때,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베이저맨 교수가 방한 했을때, 그는 “한국의 연구사회가 권위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고 언급했다. 우리 연구사회가 외부에서 보기에 고개를 갸우뚱할 부분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를 얼마나 진지하게 성찰하고,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지는 우리 모두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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