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학문단위 구조조정 진단

 

  최근 몇몇 일간지를 통해 기사화된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지난 18일 박범훈 총장은 전체메일을 통해 구조조정에 대한 학교의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따르면, 학문단위 구조조정은 계열별 교수 30인으로 구성된 TFT와 대학본부위원회가 함께 논의 중으로 아직까지 결정된 사안은 없다. 다만 지난 26일을 시작으로 계열위원회와 대학본부위원회는 앞으로 12월 21일에 있을 2박3일의 워크숍 등을 통해 구조조정 가안을 두고 긴밀하게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구조조정 논의는 12월과 1월 동안 집중 토의될 것이며 “양측의 최종 의견을 수렴하고 2월 무렵 교무위원회를 거쳐 전체교수회의에서 설명”될 계획이다.

 

구조조정의 쟁점과 현황


  본교의 학문단위 구조조정은 계열위원회와 대학본부위원회를 주축으로 1캠퍼스와 2캠퍼스의 학문단위를 통합·정리한 후 하남캠퍼스 이전 및 학문단위 재배치를 논의하는 수순으로 진행된다. 양 캠퍼스의 통합은 본교의 모든 학과를 여러 기준으로 평가한 후 몇 개의 계열로 정리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들을 유사학과와의 통합을 통하여 정원을 조정하거나 미래유망학과를 신설하는 등의 조정 작업을 거쳐 이뤄진다. 이후 어떤 학과나 계열이 1캠퍼스 또는 2캠퍼스에 배치될지 새롭게 결정될 예정이다.

  이러한 작업의 첫 단추로서 계열위원회와 대학본부위원회는 지난 26일, 첫 공식회의를 가졌다. 회의를 마친 계열위원회의 방효원 위원장(의학부 교수)은 “이날 회의에 본부위원회가 외부 컨설팅업체의 도움을 얻어 작성한 학과평가지표가 공개되었으며, 한 두개의 지표를 두고 논쟁이 일기도 했다”고 밝혔다. 현재 본부는 이 지표를 통해 학과를 평가 중에 있으며, 평가결과를 토대로 교육단위를 조정할 예정이다.

  또한 이 날 회의에서는 빨라야 3~4년 뒤에 하남캠퍼스 건설이 완료됨에도 불구하고 학문단위 재조정이 지나치게 급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부총장은 이에 대해 2월 말에 구조조정 가안이 확정되면 이 안을 두고 3월 중 학생을 포함한 전체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것이며, 최종안의 확정은 그 이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계열위원회와 본부위원회가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합의된 단일안을 제출한다면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이사장과 총장이 내리게 되어 사실상 공청회를 여는 의미는 사라지게 된다. 결국 구조조정안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기에는 시간적 여유도, 절차적 보장도 없어 보인다.

  한편, 지난 23일 본교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본교 캠퍼스 유치를 위해 하남시가 추진했던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 개정안(이하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하남캠퍼스 건설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로써 본교의 구조조정계획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본교가 이전을 고려중인 하산곡동 캠프콜번 부지는 개정된 특별법에 따라 ‘학교의 이전 등에 관한 특례’의 적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안성시 주민들이 하남 캠퍼스 이전을 두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점은 본교의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와 관련해 하남글로벌캠퍼스건립추진단 추진위원장인 하성규 안성캠퍼스 부총장(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교수)은 “캠퍼스 이전에 따른 안성지역발전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요청한 바 있으며, 협의체가 구성되면 안성시 발전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를 설득하는 구조조정이어야
 

  이처럼 본교의 구조조정안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교수, 교직원과 더불어 협상의 주체여야 할 학생은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학내 의견이 크다. 구조조정 논의가 모두 방학기간 안에 이루어진다는 점도 학생들의 불안을 자극하는 한 요인이다. ‘중앙人’ 게시판에는 “구조조정은 재단과 학교본부의 몫”(닉네임 ‘영신관’)이라는 의견과 “교육기관이 지성인인 학생들을 제쳐두고 정상적인 의사결정과정과 민주주의식 절차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더 배우고 졸업을 하게 될까”(닉네임 ‘공대1인’)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규헌 학우(민속학과 3)도 “학교 구조조정에 참여하는 외부 컨설팅업체가 얼마나 공신력이 있는지 의문이고, 계열위원회도 모든 학과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며 실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몇몇 학과가 배제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표했다. 결국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그 절차와 과정이 재학생들에게 합리적이고 설득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학문단위 구조조정과 관련해 대학원의 행보가 불투명한 것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현재 계열위원회의 초안에는 대학원 구조조정계획이 배제되어 있으며, 방효원 위원장은 “대학원 구조조정은 본부가 할 것”이라며 계획수립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에 홍준현 대학원장보(행정학과 교수)에게 대학원 구조조정계획에 대해 묻자 “지금까지 논의된 바는 없지만 학부 구조조정이 끝나는 대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약 (학부의) 두 개 과가 합쳐진다면 대학원 학과도 합쳐질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결국 대학원의 학문단위조정이나 캠퍼스 이전과 같은 큰 사안이 원우들의 의견수렴 없이 학부의 구조조정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학부 총학생회는 구조조정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제52대 총학생회장 당선자 임지혜 학우(일어일문학과 4)는 “구조조정 확정안의 결정시기를 연기할 것을 요구하고, 계열별학생대책위원회 등을 통해 졸업생을 포함해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앞으로 진행될 본교의 구조조정이 일방적 ‘실험’이 아닌 민주적 절차를 통해 학내 구성원의 신뢰를 얻는 모범적 선례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의견수렴 과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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